남편과 다퉜다.
7년 함께했던 시간 중, 가장 오래 다퉜던 날이다.
이 사람은 이제 내 말은 들어주지 않는 '벽'같은 사람이 되었다고, 우리의 앞날은 가망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기분이 모두 풀리지는 않았지만 화해를 하게 되었다.
서로를 더 잘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오은영리포트 프로그램을 보기로 했다.
부부클리닉을 다니면 돈을 많이 써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우리가 선택한 차선책이다.
50개가 넘는 에피소드 중, 우리랑 비슷한 부부가 보였다.
바로 '네 말은 다 틀려! 태클부부'였다. 우리도 아주 성향의 두 사람이 결혼한 상태이기에, 이 에피소드가 적당해보였다.
영상의 초반부는 '이 영상은 도움이 안되겠는데?' 였다.
그러다 후반부 오은영 박사님이 싸움의 원인을 설명하며, '감정적 언어'를 쓰는 사람과, '논리적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주실 때에는 깜짝 놀랐다. 내가 여태, 그리고 남편이 여태 서로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것이다.
나의 경우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구나~', '나를 이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와 같이, 내 마음을 읽어주는 위로의 말을 필요로 했다. 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런 줄 알았다. 남편에게도 '이럴 때에는 이런 말을 하도록 해!'라고 했으나, 한 번도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존중받지 못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반대로 남편은, '그럴 수 있겠구나~', '당신 말이 맞아'와 같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어했다. 남편이 가령, '우리 아기가 키가 큰 것은 밤에 잘 자서 그래'라고 하면, 나는 '밥 잘먹어서 그런거야'라고 말을 했었다. 남편이 말하는 것이 100%의 사실을 아우르지는 않아도, 그것을 지적하기 보다는 '당신 말이 맞구나!'라고 해보니, 엄청 좋아했다. 남편도 이런 류의 말은 나로부터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우리가 왜 같은 언어를 쓰면서 다르게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당장부터 서로가 듣기 좋은 말을 해댔다.
다음날, 삶이 너무 행복했다.
그냥 거실 쇼파에 앉아서 아기랑 남편만 지켜보고 있는데도, 그냥 이것이 이상적인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안한 하루를 즐긴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느낄 수 있었다. (평소의 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해야 그 날이 뿌듯하다고 느끼곤 했다.)
그 상태로 충만함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또 한가지 더, 내가 듣기 좋아했던 말을 남편이 애써 할 때에는 '굳이 저렇게까지 노력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서툴게라도 남편이 좋아하는 말을 할 때에는 기분이 좋았다.
받기보다, 주는 행위가 더 행복한 것이 이런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 내가 던진 말이 남편의 마음을 움직였을 때의 기분은 짜릿했다.
저번 편에서는 물질적인 나눔을 말했는데,
이번 화에서는 정신적인 나눔에 대해 쓰게 되었다.
아무래도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직장인 일 때 보다 많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찾아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치즈덕 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