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업무에 적응했는지, 나는 요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곳의 작동 방식을 파악해서, 조금 더 쉽게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했던 일은, 챗 GPT처럼 AI가 대답을 작성하면, 나는 이 대답을 평가하는 업무였다. 꽤 간단해보이지만 내용을 분석해야 했기 때문에 머리를 써야했다. 또, AI가 만드는 대답의 내용 역시 꽤 전문적인 것이 많아, 논문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본인의 전공에 따라, 참여하게 되는 프로젝트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것 같다.)
트레이닝을 할 때에는 AI가 만들었던 대답에 대해 다양한 정답지가 나왔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오류없음'이라고 표시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해도 괜찮아보이고, 저렇게 해도 괜찮아보이는 것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역시 개개인이 보는 대로라며, 왠만하면 정답지에 대해 너그럽게 '모두 정답'으로 접근했다.
한국어 버전으로 내가 시원찮은 답안지를 자꾸 제출하자, AI는 영어로 아주 쉬운 질문부터 하기 시작했다. 나는 별 의심 없이, 영어도 이전과 같은 루틴으로 수행했다. '갑자기 왜 영어로 바뀌었지?' 따위의 질문은 하지 않았고, 그냥 이것도 과정중에 하나이겠거니 했다. 문제를 2개 풀고 나자, 알람이 하나 떴다.
'트레이닝에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일자리가 있다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150달러만 벌고, 해고를 당했다.
퀴즈에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기회를 자꾸 준다고 적혀있었는데, 내 눈에는 재도전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신생기업이다보니 변화가 아주 빠르고 급격했다. 계속해서 사이트를 업데이트 하다보니 연동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종종 눈에 보였다. 다만, 조금 더 알아낸 사실은, 하루 8시간씩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가 무한정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에 투입되기 때문에 일감이 빨리 빨리 들어오기는 하지만, 내가 잠도 안자고 일을 할꺼야! 라고 마음을 먹기엔 어느정도 정해진 한계치가 있어보였다.
입금이 되기로 한 날에 칼같이 돈이 들어왔고, 쉽게 돈을 벌어보니 신기했다. 해외 취업자리를 계속 알아보는 와중,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만 가도 기본급이 월 30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다만 캐나다에서 살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세금이 워낙 높아서 실수령액은 우리나라와 별 반 다르지 않다고 하기는 한다.)
새로운 방법으로 돈을 벌어보니 신기하고 새로웠다. 비슷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와, 해외에서 돈을 버는 양은 사뭇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네팔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까지 우리나라에 와서 노동을 하는구나 싶었다. (여행하면서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얘기로는, 26살 젊은 청년이 우리나라에서 건설업계에서 노동을 하며 월 500만원씩은 벌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쉽고, 어떻게 생각하면 어려운 돈. '나는 돈이 중요하지 않아!'라고 하면서, 꽤나 돈에 대한 생각을 자주 그리고 깊게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