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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카 Apr 20. 2024

월 천을 벌 수 있겠다!

아무것도 없던 내가 하루아침에 월 천이라니

귀국하니 현실이 다가왔다.

당장 쓰는 돈이 들어오는 돈보다 컸고, 이것은 아주 불편했다.


그러던 와중, 우연한 계기로 누군가가 나에게 영어 선생님을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여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 그리고 어떻게 시작하는 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작하기 두려웠다. 자연스럽게 거절하는 와중에,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알고보니 이 분이 소개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었다. 특별한 자리도 아니고, 알바처럼 많이 들어가는 곳인듯 했다. 그렇게 나는 이력서를 제출했다.


다시 활동적인 것을 시작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한 번 시작하니 물꼬가 트였다. 재택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을까 인터넷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다. '한국어 AI 트레이닝. 시간당 18-31불'


컴퓨터 관련 직종으로 일을 하고 싶었던 나였다. AI 세계의 실전에 투입되면서, 이 분야를 알 수 있을 거라는 좋은 생각이 들었다. 재택근무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었다. 일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 컨셉이 딱 내가 찾는 것이었다.  시급도 꽤 좋아보였다.


반대로 내가 제공해야 하는 것도 니즈가 맞았다. 이들이 원하는 노동을, 나는 쉽게 제공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글쟁이를 선호한다고 하는 것이, 좋은 느낌이 들었다. 지원도 쉬웠다.


몇 시간 후, 서류 통과를 했으니 인터뷰를 보라는 메일이 날아왔다.

'이렇게 빨리?'

보통의 경우, 특히나 외국계의 경우 연락이 없이 탈락하기 일수였기 때문에, 꽤 어이벙벙한 느낌이었다. 특히 생소한 기업이었기 때문에 (구글링하면 나오긴 하지만) 약간의 의심도 들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는 짧았고, 글쓰기또한 500자까지 작성하랬지만 30단어 정도만 작성하고 보냈던 것 같다. 왜 이렇게 대충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나 역시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참여를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12시간 정도가 흐르자, 합격 메일이 날아왔다. 트레이닝을 시작하고, 이 트레이닝에 합격하면 돈을 벌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디까지가 트레이닝이었는지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하라는 것을 하고 나니, 나는 시급 31달러짜리로 정해졌다. 제일 높은 시급을 받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수는 없었다. 메인 화면에 내가 여태 얼마를 벌었는지 확정되어 적혀있는데, 그 돈이 벌써 60불을 넘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닝을 하고 실전 문제를 2회 정도 풀었던 때였다. 투자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데, 벌써 이렇게 벌었다고?


그렇게 되니 행복회로가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매일 8시간씩 업무를 보고, 남들이 쉴 때 같이 쉰다고 치면 6,400,000원은 넘게 받게될 터였다. 남편을 끌어들여서 같이하면 월 천만원은 벌겠구나 싶었다. 


마침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을 해줬다. '온라인으로 하는건데, 시급이 31달러(약 4만2천 600원)야.' 말을 뱉고 나니 내가 사기꾼이 된 느낌이었다. 내가 어리숙하게 뭔가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회사의 사이트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이트는 꽤나 잘 만들었고, 일을 하는 도중 컴퓨터를 일정시간동안 쓰지 않으면 일하는 시간이 계산이 되지 않게끔 설계가 되어있었다. 이것이 스캠사이트라면, 내가 지금 하는 노동은 이들에게 쓸모가 없을 것이고, 이들이 얻는 것은 내 개인정보 하나 뿐이다. 이거 하나 얻겠다고 이렇게 큰 리소스를 투입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여기를 조금은 신뢰해보기로 생각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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