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카 Apr 13. 2024

공허해서 여행을 갔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녀오는 시간을 가지는 요즘이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행복을 찾아 헤메고 있었다. 누워있으면 배가 고팠고, 밥을 먹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현재는 꽤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혼자있는 시간을 갈망하기도 했지만 외롭다는 생각도 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이 여기에 쓰이는 듯 했다. 나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그 때였다. 현재 상황에 계속 뭔가 불만족이면, 생각치 못한 것에 결핍이 있을수도 있다는 단순한 말이 들려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결핍이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출발 한 것이 아니라, 요즘 밥은 맛있는 것을 잘 먹는지 등 아주 가벼운 것일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일하기 싫어서 자꾸 다른 생각이 나는 경우! 집에 가면 그 잡생각은 하나도 안나는(왜냐면 회사에서 일하기 싫다는 것이 해결되었기 때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맨날 사색을 하고, 나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고민 하던 나에겐 꽤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불만사항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의 전환을 해보게 되었다.

이와 함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접근법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라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기 보다는, 관찰하기로 했다. '이게 좋아? 저게 좋아? 지금은 다행히 내가 원하는 것으 하고 있군, 다음번엔 뭘 하러가지?'라고 묻기보다, 내가 지금 처한 환경에서 아름다워보이는 것을 집중해서 보기로 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다 끝내고 다음 경로를 정하는 것을 포기했다. 지금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 보이는 것을 하기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놓치는 것을 그만 두었다. 예를 들자면, 아주 좋은 노래가 나오는 차 안에서는, 그 노래와 풍경을 감상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평소의 나는 남편이랑 전화하면 내 외로움이 채워질 것이라며, 내 옆에 있는 소중하고 작은 것의 존재를 감상하지 않았던 나였다.

여태 미쳐 보지 못했던 것에 집중하니, 신기하게도 풍요로움과 평화, 행복이 느껴졌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던 내가, 잠시 멈췄을 때에야 진정으로 행복의 감정을 찾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이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귀국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다. 내가 다시 익숙한 집에 돌아가면 이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을까. 잠시 걱정도 들었다.

여행지에서 구매했던 물건이 떠올랐다. 구매할 당시에는 매력적으로 보여서 짐이 늘어난다는 부담감을 감수하고도 구매했었다. 여행을 하면서 동거동락하며 왠지 정도 많이 쌓이고, 애정이 가는 물건이 되었다. 하지만 귀국하여 집에 돌아가서는 그 물건을 잘 보지도 않았게 되었다. 일상생활에서 굳이 쓰지 않던 물건이었기에 손이 가지 않았다. 이 것 외에도 내 집중을 필요로 하는 물건이나 사건은 넘쳐났다.

이런 맥락으로 보았을 때, 세상은 내가 보기 나름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났다. 나에게 정말 진귀했던 것인데, 손바닥을 뒤짚기만 하면 세상에서 제일 쓸모 없는 것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항상 불만족 상태였고 어딘가 불편함을 느꼈던 나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행복과 풍요로움을 찾을 수 있기도 했다. 이것은 행복을 찾는 당연하고 쉬운 방법이기도 했지만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이전 20화 비움과 채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