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카 Mar 30. 2024

등산을 하면 인생이 OOO?

등산하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닌 줄 알며 지냈다.
어렸을 때, 항상 '5분만 더 가면 정상이야!'라고 했던 부모님을 따라 등산을 했던 기억이, 좋지 않은 추억으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등산할 때 할상 정상에 가고 싶어 했으며, 어른들의 페이스에 맞춰서 부지런히 걸어다니는데 바빴다.

나는 등산을 싫어했다. 항상 힘든 기억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기의 주 양육자로서 활약했던 나는, 보상으로 한달 조금 넘게 쉬는 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기간에 마침 우연한 계기로 며칠간 등산을 하는 시간이 생겼다.

오로지 내 페이스대로 걷고, 오히려 '천천히 올라가세요!'라는 말을 듣다보니 등산에 대한 내 인식이 바뀌었다.

등산은 힘든것!이라는 공식은 더이상 진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다. 산에 오르고, 내려가는 그 과정 자체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았다. 누군가가 걷는 걸음에 맞춰 힘들게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 생애에 절대로 하지 않을 일 중 하나가, 자발적으로 등산하기 였다. 이것을 해보고 나니,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제법 다르게 볼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나는 지금 4일째 등산을 하고 있으며, 네팔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오르고 있다. 이 등산의 총 일정은 9박인데,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해보면 꽤 후회스럽지 않을 경험이기도 하다.

고도 2500미터 이상 정도의 높이에 도달하게 되면, 고산증에 걸릴 위험이 생긴다. 숨을 가빠르게 쉬면서 힘들게 올라가는 경우에 고산증에 걸릴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한다. 등산을 하며, 가이드 없이 등산하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친다. 그들 중, 젊고 체력이 좋은 젊은이들은 무조건 앞의 사람을 앞지르는데 뿌듯함을 느끼는 듯 했다. 그들은 허덕이면서 우리를 제쳤다. 나는 그들의 체력에 감탄을 했지만 가이드는 내 체력이 더 좋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앞서갔던 젊은 청년들은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을 지나갔다. 그리고 그 젊은 청년들은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천천히 가지만 꾸준하게 걷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새삼 느끼는 부분이었다. 그 젊은이들은 너무 빨리 산을 오른 탓에, 고산증 증세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 (그래서 더이상 산을 오르지 않았고, 그들 보이지 않았던 이유였을 수 있다.) 특히, 반팔을 입고 있었는데 이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등산을 하면 몸이 더워져서 반팔을 입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하지만 도시로 돌아갔을 때 체온이 확 바뀌면 이것 역시 몸을 아프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가기 위한 히말라야 동네로 가는 길


비슷한 맥락으로, 아주 천천히 걷고 있는 커플을 보기도 했다. 그들은 항상 느렸지만 내가 밥을 먹기 위해 쉬고 엤으면 언제나 대시 나타났다. 우리의 걸음걸이는 달라도, 도착하는 지점은 거의 비슷했다. 이곳에 오르는 대부분의 사람이 같은 곳에서 쉬는 일정으로, 비슷한 길이의 여행으로 오기 때문이었다. 누가 더 빨리걷고, 누가 더 천천히 걷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같은 숙소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한 시간 더 일찍 도착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산을 오르고 내려가다 보니 작은 인생을 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선조들의 말을 잘 듣자는 것이 첫번째였다. 무조건 목표지점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주위를 보며, 천천히, 내 페이스에 맞게 걸음을 하나씩 내딛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가는 일정에는, 그 곳에 도달하기 전에 여러 봉우리를 오르고 내려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제는 기껏해서 3000미터를 올라왔지만, 오늘은 다시 2000미터대로 내려왔다. 내일은 다시 3000미터 대의 고도로 올라가는 일정이다. 가장 높이는 4000미터까지 올라가게 된다. 즉, 하나의 목표지점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올라가는 과정이 있으면 내려가는 과정이 있었고, 또 다시 올라가는 과정이 있기를 반복했다. 정상에 다다르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다보니, 등산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다.

내 일정 내내 저녁에 비가 왔다. 가이드는 오히려 이것을 좋아했다. 왜냐면 비가 이틀 정도 내리고 나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지역은 더 맑고 깨끗한 풍경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생사 역시 새옹지마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 오르기 위한 준비할 때, 담배를 피는 많은 젊은이들을 목격했다. 특히 돈이 많아보이는 사람이 산 높이 지프차를 끌고와서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뭔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돈이 풍족하면 오히려 자신을 망치는 유혹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프차를 타고 쉽게 산에 올라올 수 있지만 이것은 걸어서 오는 것만큼의 감동을 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심플한 것은 오히려 더 어려워'라고 했던 어느 네팔인의 말도 떠올랐다. 자연친화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한다. 하지만 부지런하게 지내면서 우리는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사실, 이 트래킹 여행을 하기 전에, 경비행기로 에버레스트 산 봉우리를 보는 투어를 할까 생각도 했었다. 몇 시간만 투자하면 됐었고, 나 역시 등산 용품이나 보온 용품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 하루에 6시간씩 며칠에 걸쳐 산을 오르고 내려가야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비용적인 면에서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에 두 발로 직접 걸어서 산을 체험하는 일정에 나서게 되었다. 며칠동안 산을 오르고 내리며 인생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시간에 여유를 두고 천천히 곱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모두가 아는 간단한 진리를 다시끔 리마인드 하는 정도였지만 등산을 하기 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네팔이라는 나라와 확실히 친해졌고, 나 역시 조금 더 철이 들은 느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