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일하자! 어.. 임신이라고?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해 기관이랑 컨텐한지 어언 3개월.

5월 20일 인재 풀 등록

6월 15일 비자신청

(비자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인재풀에 등록하고, 컨펌이 오면 그 때 신체검사 등을 받아서 서류를 모아 비자 신청해야한다.)

비자가 언제 나올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이쯤되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몸이 허약해진 느낌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산부인과를 다녀왔다.

임신이란다! 6월 초에 생리했으니까.. 6월 중순 쯤 아기가 생긴 것 같다. 출국을 앞두고 살짝 당황스러웠다.

(비자는 7월 20일 경 나왔다.)  외국에서 아기를 낳는 상상은 해보았지만.. 바로 이렇게 현실이 될 줄 몰랐다. 나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영주권도 따고 나서 아기가 천천히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걱정이 들었다.

'사장님께서 날 받아줄까?'

아직 출국을 하기 전이라서, 사장님께 임신 사실을 말씀드리면 업무에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하실 가능성이 있었다. 미국적으로 생각하자면 오지 말라고 할 가능성이 오히려 컸다. 우리 남편도 육아휴직을 쓴다고 했다가 (국내) 회사에서 잘렸는걸..

하지만 이걸 숨기고 간다면, 후에 더 힘든 상황이 펼쳐질 것이 틀림없었다.

나의 미래를 위해, 동료를 위해, 사장님을 위해 출국 전에 말씀을 드리고 판단은 그들의 뜻에 맡기기로 했다.

말씀드리기로 마음을 정했는데,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하지? 라는 생각이었다. 쓸데없는 오해가 쌓이기 딱 좋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나를 식당에 연결해준 기관에 먼저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후에 사장님과 긴 통화를 했다. 기관측에서 먼저 말을 해놓은 터라 (내가 먼저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는 무슨 말을 할 지 마음정리를 하신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는 오라고 하셨다. 내가 굳이 오겠다면 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임산부의 몸이기 때문에 절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주겠으며, 여기서 아기를 낳는다면 추후 어떤 일을 상상할 수 있을지 조언도 해주셨다. 남편에게도 일자리를 주겠으니, 남편과 같이 와서 고생을 덜으라는 오퍼도 내주셨다.

아..! 가장 걱정하던 부분이 해결됐다. 출국할 수 있겠구나! 일을 할 수 있겠구나!

비자도 나왔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출국할 준비를 했다.

항공편을 알아보니 편도 200만원인 티켓밖에 없었다. 딱 하나, 반 가격인 것이 있었는데 학생할인을 적용하는 티켓이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마침 국내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이 자격으로 마지막 할인을 적용 받을 수 있었다. (나이 상한이 있어서, 5개월 후의 나는 대상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숙소의 경우 기관에서 알아봐 줄 것을 기대했는데, 내가 직접 발품을 파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식당과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의 경우 방 하나에 월 200만원인 숙소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걸 어쩌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가 가는 시기가 성수기여서 더 비싼 측면도 있었다.) 정말 우연히도.. 월 100만원인 방이 하나 보였다. 한인이 운영하는 숙소였고 식당에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였다. 내가 체크인하는 날짜가 딱 기존 사람이 체크아웃하는 날짜였다. 얼른 계약금을 보내려고 하니, 숙소 사장님께서 임산부의 몸으로 힘들 수 있다며 조금만 더 고민해보라고 하셨다. ㅎㅎ 캐나다는 가기도 전에 벌써 사람냄새가 난다. 하루의 숙고 시간 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숙소 예약을 완료하게 된다.

그 다음은 보험 가입이었다.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해서는 여행자 보험이 꼭 필요했다. 나는 가장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싼 보험에 2년 가입을 했다. 내가 조기 귀국 할 경우, 차액은 환불이 가능하기 때문에 긴 기간을 가입해도 부담이 없었다. 꼭 캐나다가 아니더라도 제 3의 나라에서(여행 경보가 있는 지역 제외)도 커버가 되기 때문에 꽤 괜찮아보였다. 추후 보험금 환급 신청할 때 절차가 복잡할까봐 걱정이 들긴 했지만, 후기를 찾아보니 괜찮다는 평이 보였다.

그리고 출입국심사에 필요한 서류도 챙겼다. 신체검사 확인서, 홍재 등록 확인증, 통장 잔고 확인서 (영문), 비행기 티켓, 보험 가입 증서 (영문, 가입 최소 한도가 있으니 꼭 확인해야 한다.), 워홀 합격 레터, 정부 24 해외체류 등록 정도가 있다.

운전면허증을 영문이나 국제용으로 발급받아서 실물 카드를 가지고 가면, 캐나다에서 현지꺼로 교환해준다고 한다. (나는 이걸 늦게 알아서 신청하지 못했다.)

출국 전, 할일 리스트는 이 정도로 마무리가 되었다. 출국 후에는 신넘버 발급 (개인 번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및 통장 개설, 도서관 등록(프린트 할 수 있는 곳) 정도를 하면 될 듯 싶다.

나.. 정말 출국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