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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데이 Jul 25. 2024

이 병원 나랑 안 맞나?

난임병원 정하는 기준

'임신 시도해 볼까? 오케이! 시작합니다.'

하면 임신이 될 줄 알았던 저의 귀여운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계속된 임신 실패로 남편과 저는 난임병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일단은 가볍게 검사나 받아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렇기에 어떤 병원을 가느냐, 어떤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느냐는 큰 고려요소가 아니었죠. 감사하게도 집 주변에 난임만 전문인 A병원과 출산까지 다하는 더 종합병원 느낌의 B병원까지 저에겐 2개의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친구들이 다 A병원에서 성공했다며 A병원에 가길 권유했지만, 전 어차피 금방 아기 가지고 출산할 텐데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B병원으로 가자고 했죠. 당연히 담당 선생님도 그냥 자동으로 배정된 분과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담당 선생님과 첫 느낌이 좋았어요.

난임병원에 입성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그 인파에 눌려서 쫄아있던 마음이 진료실에 들어가면 조금 편안해졌거든요. 담당 선생님을 만나고 한 달 정도 지나서 저희는 인공수정 시술을 결정했습니다. 검사나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과는 다른 결과였죠. 저는 이왕 하기로 한 거 하루빨리 시술을 하고 싶었어요. 한 달 한 달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고,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자꾸만 이상하게 시술 일정이 빗나갔어요.

'이번에는 이래저래 인공수정이 어려우니까, 자궁 용종제거를 진행하면 어떨까 해요'

'용종제거요? 저 용종이 임신에 영향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말씀 주셨는데요'

'그래도 이번에 인공수정 어차피 못하고, 난임시술할 때 제거하는 게 확률이 높아지니까 제거하시는 게 좋아요.'

난임병원 첫 진료 때, 분명 임신에 영향이 없는 위치에 용종이 있다고 해서 아예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용종을 제거한다니 조금 짜증이 났습니다. 하루빨리 인공수정을 하고 싶은데 한 달이 밀리게 되니까요. 그래도 뭐 어차피 제거해야 한다니 그냥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 내과에서 의견을 주셨네요. 용종 제거하려면 수면내시경을 해야 하는데 갑상선 수치가 안 좋아서 수면마취를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시네요. 이번달에는 자연임신으로 시도를...'

'아니, 저 갑상선항진증이라는 사실을 수면마취로  위 내시경 하면서 알게 되었고 아무 이상 없었는데 갑자기 수면마취를 하면 안 된다니요?'

제가 다니는 곳은 산부인과와 내과가 같이 붙어있는 병원이었고, 난임 진료와 함께 갑상선항진증 진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병원은 늘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야만 하는 곳이니, 제 갑상선 수치를 고려해서 수면마취를 하면면 안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인공수정도 못해, 용종 제거도 못해, 그냥 한 달을 흘려보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심지어 그다음 달도 용종 제거를 위해 인공수정을 못하는 상황. 눈앞에서 2달이 날아가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난임 진단을 위해 받은 검사 기간만 해도 한 달이었으니, 난임병원에 입성하고 3달이나 아무런 시술 없이 그냥 흘려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저는 인공수정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난임시술 통지서까지 받아왔는데 말이죠.


이 난임병원하고 나하고 안 맞나?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폭풍 검색을 했어요. 맘카페와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를 하나하나 뜯어봤습니다. A병원의 김선생님이 좋다. 이선생님이 좋다. B병원에 박선생님이 좋다... 머릿속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A병원을 가자고 했을 때 전 확신을 가지고 B병원으로 가자고 했는데, 도대체 어떤 병원에서 어떤 선생님과 시술을 해야 하는지 판단이 흐려졌습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 후기를 분석하느라 시간을 보냈어요. 핸드폰을 너무 많이해서 눈은 침침하고 손목은 완전 나가버렸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차피 두 병원 다 난임으로 유명한 병원이고 두 병원 다 기술력은 좋을거다.

각자 본인이 성공한 병원이 최고의 병원이고, 그 담당 선생님이 최고의 선생님일 뿐이다.

나는 지금 내 선생님을 믿으면 된다.

모든 건 다 내 마음에 달렸다는 생각이요.


병원과 안 맞다고 생각했던 작은 에피소드를 돌아보면 다 결국 제 자신이 문제였지 담당 선생님이나 병원이 문제인 건 하나도 없었거든요. 시술 진행이 어려우니 어차피 제거해야 할 용종을 먼저 제거할 뿐이고, 용종을 제거하기에는 몸 상태가 안 좋으니 좋아지고 나서 하면 되는 거였어요. 그냥 시술이 밀려서 답답했고 이유를 외부요소인 병원이나 담당 선생님을 탓한 거였죠.


그래서 전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말자.
그냥 난 우리 선생님을 믿으면 되는 거다. 그냥 난 내 병원을 믿으면 되는 거다.
중요한 건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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