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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데이 Aug 08. 2024

그들과 나, 비교의 늪에 빠지다

인공수정 1차 비임신 종결

임신이 되었을까? 안되었을까?

인공수정은 시술 이후보다 시술 이전이 더 험난한 것 같아요. 생리일을 시작으로 시술하기 좋은 최적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시간 맞춰 약도 먹고, 주사도 놓으며 2주를 보내거든요. 이때는 몸이 힘들어요. 배에다 이것저것 매일 쑤셔 넣으니 힘들 만도 하죠. 그리고 이후 배란일에 맞춰 시술을 합니다. 의외로 시술 당일은 아주 심플해요. 우수한 99% 이상의 정자만 추출해서 자궁에 넣어주는데 5분도 안되어서 끝나거든요. 그리고 시술이 끝나면 남은 2주 동안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붙어있길 기도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때는 몸이 아닌 마음이 힘든 시기를 보내죠. '임신이 되었을까, 안되었을까?' 이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하거든요.


첫 시술이 끝나고 시술날부터 자궁과 배에 온 신경을 쏟고 매일매일의 느낌을 기억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배란통인지 계속 한쪽이 욱신거려서 이건 분명 임신이다 싶었고, 남편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제 마음 한 곳에서는 임신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었죠. 그렇게 2주가 지나고 병원에 결과를 확인하러 가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어차피 병원 가면 결과가 나올 테니 임신테스트기에는 손을 대지 않으려고 했지만, 뭔가 임신이라기엔 뱃속이 너무 편안해서 옷장에 고이 숨겨둔 임신테스트기를 하나 꺼내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선명한 한 줄

떨리는 마음으로 임신테스트기를 뜯고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제 마음을 알리 없는 임신테스트기는 조금의 시간을 주지도 않고 빠르게 소변으로 물들어갔어요. 그리고 빠르게 저에게 답을 줬죠. 한 줄이라는 답을요. 매직아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테스트기를 계속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희미한 한 줄이 더 나타나서 두줄이 된다는 매직아이인데, 아무리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저에게 매직아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 마음은 세상의 모든 실망감을 혼자 떠안은 기분이었습니다. 

'왜 왜 한 줄일까? 나 분명 한쪽이 엄청 욱신거렸는데, 그것도 며칠이나? 100% 임신이라고 확신했는데? 뭐가 잘못된 거지? 수정이 되려다 말았나?'


지난 2주간 뭐 잘못한 게 있나? 하지 말라고 한 걸 했나? 하며 되돌아보려는데, 신호가 왔습니다. 삐용 삐용- 생리 팡팡- 피검사를 하러 가는 날 아침. 예정일에 딱 맞추어 생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여성으로서 생리를 기다리는 날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지 않은 생리였어요.

'오늘 피검사하러 오신 거 맞죠?'

'네, 맞는데...'

'오늘은 선생님 안 만나고, 피검사하고 결과에 따라서 2일 뒤에 또 피검사하러 오시거나, 수치가 안 나오면 다음 생리 때 다시 병원 오셔서 진료 보시거나 이렇게 진행됩니다'

'저 지금 생리해요'

'네?'

'오늘 아침부터 생리해서'

'아, 그래요? 바로 다음 인공수정 2차로 진행하실 거예요?'

'네'

그렇게 저의 인공수정 1차는 강제종료 되었습니다.


무조건적 확신이 가져다주는 실망감

인공수정 자체는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고, 특히 1차에서 될 확률은 더 낮다는 말. 전 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이 어떠하든 그냥 전 당연히 1차에서 될 거라고 생각했죠. 무조건적 확신. 그냥 난 될 거야!라는 확신. 그런데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저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너무 우울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이때부터 저는 스스로를 어떤 틀 안에 가두기 시작했어요. 

제 머릿속에서 사람들은 딱 2가지로 분류되었죠.
임신을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아이를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주변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과 저를 비교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원래 남들이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무언가 유행인데 저만 유행하는 걸 쫓아가지 않아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그냥 나는 나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사람이죠.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제가 임신을 한 다른 사람들과 저를 비교하고 있었어요. 누군가의 임신 소식을 듣거나, 병원에서 배가 부른 분들을 보면 왜 나는 안되지? 왜 나는 임신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죠. 이 마음은 저도 모르는 사이 제 마음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저를 괴롭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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