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2차 비임신 종결
임테기의 노예가 되지 않기로
지난 1차 인공수정 때는 병원 피검사 직전에 임테기를 해봤습니다. 그냥 손이 갔어요. 임테기 대량구매했는데 이제 못 쓰면 아까우니 한번 써보자는 마음은 사실 핑계고 희미한 두줄을 한 번 보고 싶다는 기대의 마음이 있었거든요. 뭐 두줄의 기대는 진한 한 줄의 현실로 바뀌었지만요. 그래서 이번엔 임테기를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차피 피검사는 꼭 받아야 하고, 임신이냐 아니냐 결과가 나오는데 굳이 시험을 두 번 봐야 하나? 굳이 비임신이라는 성적표를 두 번이나 받아야 하나? 싶었거든요. 상처는 한 번으로 충분하기에.
피검사를 하러 병원에 가는 내내 제 모든 신경은 배에 집중되었습니다. 지금 이 팽팽한 배의 느낌이 곧 생리를 시작할 배인지, 임신한 배인지 가늠해 보기 위해서였죠.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 곧 생리를 시작할 배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담담한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하고 피검사를 받았습니다. 1차 때는 피검사 직전에 이미 생리를 해버려서 기대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는데 오늘은 긴장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테스트기 해보셨어요?'
'아니요'
'네. 수치 보고 연락을 드릴 거예요. 수치가 괜찮으면 이틀 뒤에 오셔서 또 피검사 하시고, 수치가 너무 적게 나오면 비임신으로 다음 생리 때 맞춰서 오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일부러 떨리지 않은 척, 관심 없는 척하며 채혈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냥 왠지 무심한 척을 하고 싶었어요. 난 어떤 결과든 상관없다는 쿨한 척.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 받기 위한 척이었던 것 같아요.
떨리는 산부인과 전화
길고도 긴 시간, 2시간 30분 정도 지나고 산부인과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순간 '문자가 아니라 전화로 왔네. 임신이라서 전화로 왔나?'라는 생각과 함께 전 빛보다 빠르게 사무실을 뛰쳐나가 전화를 받았어요.
'안녕하세요. 저희 이번에 비임신으로 나왔어요. 수치가 낮아서...'
'아, 네네'
'다음 차수에도 진행하시려면 생리하실 때 내원해 주시면 됩니다'
'네'
사실 간호사분이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그냥 '아, 아니구나' 이 느낌만 기억합니다. 그랬구나. 아니구나. 그래도 이번에는 괜찮았어요. 1차에서는 내가 임신했을 거라는 그 기대감에 가득 차서 실망감이 엄청 컸는데, 2차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라며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었거든요. 정말이에요. 저 괜찮아요.
그런데,
그래도,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아요.
사랑한다는 말에 담긴 많은 것
남편에게 카톡을 했습니다.
'이번에 아니래'
'응, 괜찮아. 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 보고 싶다. 고생했어'
'응, 많이 사랑해'
'응, 보고 싶다. 사랑해'
'응, 진짜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면 진실성이 조금 떨어질 것 같아서
가끔 아껴둬야 할까? 싶을 때가 있지만,
오늘은 아낌없이 진심을 다해 말했습니다.
사랑한다고. 우리 또 힘내보자고.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남편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