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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데이 Aug 29. 2024

사랑한다는 말에 담긴 의미

인공수정 2차 비임신 종결

임테기의 노예가 되지 않기로

지난 1차 인공수정 때는 병원 피검사 직전에 임테기를 해봤습니다. 그냥 손이 갔어요. 임테기 대량구매했는데 이제 못 쓰면 아까우니 한번 써보자는 마음은 사실 핑계고 희미한 두줄을 한 번 보고 싶다는 기대의 마음이 있었거든요. 뭐 두줄의 기대는 진한 한 줄의 현실로 바뀌었지만요. 그래서 이번엔 임테기를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차피 피검사는 꼭 받아야 하고, 임신이냐 아니냐 결과가 나오는데 굳이 시험을 두 번 봐야 하나? 굳이 비임신이라는 성적표를 두 번이나 받아야 하나? 싶었거든요. 상처는 한 번으로 충분하기에. 


피검사를 하러 병원에 가는 내내 제 모든 신경은 배에 집중되었습니다. 지금 이 팽팽한 배의 느낌이 곧 생리를 시작할 배인지, 임신한 배인지 가늠해 보기 위해서였죠.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 곧 생리를 시작할 배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담담한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하고 피검사를 받았습니다. 1차 때는 피검사 직전에 이미 생리를 해버려서 기대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는데 오늘은 긴장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테스트기 해보셨어요?'

'아니요'

'네. 수치 보고 연락을 드릴 거예요. 수치가 괜찮으면 이틀 뒤에 오셔서 또 피검사 하시고, 수치가 너무 적게 나오면 비임신으로 다음 생리 때 맞춰서 오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일부러 떨리지 않은 척, 관심 없는 척하며 채혈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냥 왠지 무심한 척을 하고 싶었어요. 난 어떤 결과든 상관없다는 쿨한 척.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 받기 위한 척이었던 것 같아요.


떨리는 산부인과 전화

길고도 긴 시간, 2시간 30분 정도 지나고 산부인과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순간 '문자가 아니라 전화로 왔네. 임신이라서 전화로 왔나?'라는 생각과 함께 전 빛보다 빠르게 사무실을 뛰쳐나가 전화를 받았어요.

'안녕하세요. 저희 이번에 비임신으로 나왔어요. 수치가 낮아서...'

'아, 네네'

'다음 차수에도 진행하시려면 생리하실 때 내원해 주시면 됩니다'

'네'

사실 간호사분이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그냥 '아, 아니구나' 이 느낌만 기억합니다. 그랬구나. 아니구나. 그래도 이번에는 괜찮았어요. 1차에서는 내가 임신했을 거라는 그 기대감에 가득 차서 실망감이 엄청 컸는데, 2차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라며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었거든요. 정말이에요. 저 괜찮아요.

그런데,

그래도,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아요.


사랑한다는 말에 담긴 많은 것

남편에게 카톡을 했습니다.

'이번에 아니래'

'응, 괜찮아. 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 보고 싶다. 고생했어'

'응, 많이 사랑해'

'응, 보고 싶다. 사랑해'

'응, 진짜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면 진실성이 조금 떨어질 것 같아서
가끔 아껴둬야 할까? 싶을 때가 있지만,
오늘은 아낌없이 진심을 다해 말했습니다.
사랑한다고. 우리 또 힘내보자고.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남편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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