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세번째 도전도 마침표
인생은 삼세번의 결과를 기다리며
살아가면서 3번째 도전은 괜히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성공하든 아니든 일단 세 번은 도전해야 후회가 없는 우리의 심리 때문이겠죠? 남편의 해외출장으로 인공수정 세 번째 기회를 날려버릴 뻔했지만, 어찌어찌 배란일보다 며칠 앞서서 시술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세 번째 결과를 마주하는 날입니다. 때마침 토요일이어서 남편을 데리고 산부인과에 갔어요.
'어때?'
'뭐가?'
'기분이'
'나 좋아. 근데 나 말했지? 이번에도 진짜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심지어 곧 생리할 것 같은 느낌만 있어'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안 괜찮고, 사실은 뭔가 임신의 느낌이 있길 바라면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피검사 날은 진료를 따로 보지 않기에 빠르게 피를 뽑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 떨리고 자꾸 핸드폰만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세 번 정도 하니 이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다 알고 있었죠. 2시간 뒤에 전화로 오겠구나! 벨소리를 가장 크게 켜놓고 남편과 저는 낮잠을 잤습니다.
낮잠을 깨우는 벨소리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익숙한 번호. 급히 일어나서 목소리를 가다듬을 시간도 없이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습니다.
'안, 안녕하세요'
'네, 피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수치가 낮아서 비임신이에요. 다음 생리하실 때 오시면 됩니다'
'네'
전화를 끊자마자 눈에서는 또 눈물이 나왔어요. 지금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네요. 3번째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니... 이번주에 회사일에 바빴던 남편은 벨소리도 못 듣고 계속 자고 있었습니다. 그냥 깨우지 않고 조용히 거실로 나갔어요. 그리고 거실에서 그냥 멍 때리며 울었어요. 인공수정 3차를 진행할 때 유독 주변 임신 소식을 많이 들었거든요. 결혼식장에서 만난 동기들의 임신 소식도 있었고, 장례식장에서 만난 친구들에게는 연락이 끊긴 친구의 임신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었죠. 이번에도 나만 임신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 소식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뭔가 인생의 삼세번이라는 말에 3번째는 될 거라는 살짝의 기대도 있었거든요.
소주 한잔 하자
한 3시간쯤 지났을까요. 도무지 일어날 생각이 없는 남편을 깨웠어요.
'남편, 나 집 앞에 레몬샤베트 파는 집, 거기 샤베트 먹고 싶어. 나가자'
'지금?'
'응'
누워있는 남편 위로 올라가 남편을 꼭 껴안고 얘기했다.
'오빠, 이번에도 아니라네'
'응?'
'산부인과에서 전화 왔어'
'고생했어, 괜찮아'
남편을 깨워서 기분전환하러 나가기로 했어요. 저는 신 거를 엄청 좋아해서 레몬 관련된 무언가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평소에는 조금 쉬었다 가자고 말했을 남편도 저의 레몬샤베트 데이트에 바로 응해주었답니다. 레몬샤베트를 하나 사 먹고 동네 산책을 했어요. 남편도 안 괜찮았겠지만, 조금의 실망감을 느꼈겠지만, 괜찮다고 말해주었죠.
그리고 저녁에 남편하고 소주 한잔 하러 갔습니다. 한 달에 한번 한잔 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니까요.
남편, 고생했어. 그리고 사랑해.
나 겉으로만 괜찮나 봐.
마음은 아직 많이 슬프네.
우리 다시 또 한 번 도전해 보자. 기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