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연속 4번의 실패
난임에는 이유가 없는 거지
신체 주기가 정확하다는 것, 여자의 한 달 리듬이 정확하게 돌아간다는 것, 어찌 보면 굉장히 감사한 일이에요. 건강하다는 증명 같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 정확한 한 달 리듬이 좀 야박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인공수정으로 임신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확인하는 그 피검사 날, 피검사를 하기도 전에 생리를 시작하거든요. 이번에도 실패라는 걸 검사도 하기 전에 알 수 있는 그런 순간이죠.
이번 인공수정 4차도 어김없이 몸에서 먼저 그 결과를 알려줬습니다. 오늘로 실패 4번째이니 이제 정신적 타격은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어요. 그저 지나가는 하루처럼 말이죠. 이번에는 과배란 주사 맞을 때부터 정말 너무 많이 아팠는데 아픈 거부터 이상한 거였을까요? 실패 원인은 뭘까요? 근데 뭐 원인이 어디 있겠어요. 원래 난임에는 이유가 없는 거니까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생리가 시작되자마자 자연스럽게 공공보건포털에 접속해서 다음 인공수정 5차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결정통지서를 신청했습니다. 서류 어떻게 신청하는지 몰라서 버벅거리던 때가 그리워요. 이젠 너무 능숙해져서 5분도 안되어서 신청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잠시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시험관으로 진짜 넘어갈 때가 온 건가? 인공수정 5차를 진행해야 하나? 나는 미련 없이 5번의 기회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으니 그냥 5차를 하는 게 맞겠지? 바로 하면 되겠지? 4차까지도 쉬지 않고 했으니까?'
잠시 가져보는 쉬는 시간
그러다 최근에 본 올림픽 경기 장면이 떠올랐어요.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가 일본 선수와 8강전을 하고 있었죠. 신유빈 선수의 활약으로 스코어는 3:0이었어요. 이제 한 판만 더 이기면 4강 진출 확정이었죠. 그때 일본 선수가 심판에게 유니폼을 바꿔 입고 오겠다며 잠시 사라졌습니다. 한참을 나가있더니 유니폼을 갈아입고 다시 들어와서 네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죠. 마음을 다잡고 왔나 보다 했는데, 갑자기 그때부터 달리더니 3:0이던 스코어가 3:3이 되었습니다. 세 판을 연달아 이긴 거죠. 결과적으로 7번째 경기에서 신유빈 선수가 이겨서 4강에 진출했지만, 그마저도 막상막하로 한 점씩 주고받으면서 어렵게 이겼답니다.
쉬어간다는 것, 흐름을 잠시 끊는다는 것,
그 잠깐의 시간에 참 많은 게 담겨있구나
3:0을 3:3으로 만들기 위해 잠시 쉬어갔던 일본 선수처럼 지금 저에게는 그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난임병원에 입성한 지 7개월. 자궁용종 제거부터 인공수정 1차, 2차, 3차, 4차까지 쉬는 시간 없이 달려왔어요. 이제는 잠시 제 자궁에게, 그리고 제 마음에게 쉬는 시간을 선물할 때가 온 것 같아요. 다음 경기를 위해 재정비할 시간을 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