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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데이 Oct 03. 2024

난임 시술에서 제일 중요한 것

담당 선생님을 믿고 가는 마음

다태아의 가능성

인공수정 4차를 비임신으로 종결하고 잠시 쉬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난임검사부터 자궁용종제거, 그리고 인공수정 4차까지 정말 쉴 틈 없이 달려왔거든요. 하지만 또 굳이 쉬어야 할 이유가 없으면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쭉 진행을 해볼까 싶기도 했어요. 한마디로 제 마음도 갈팡질팡이었답니다. 우선 생리 2~3일 차가 되어 다시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하하, 선생님 또 생리를 하네요.'

'그러게요. 괜찮아요. 이번에는 약을 좀 다르게 써볼까 하는데'

'아 그래요? 어떻게요?'

'이번에 마지막 5차니까 강하게 써보려고 하는데, 그러면 다태아 확률이 높아요. 쌍둥이 괜찮으세요?'

'엇, 네. 저 쌍둥이 좋아요'

'인공수정은 세 쌍둥이까지 나올 수도 있는데...'

'3명까지 딱 좋습니다. 그런데 저 이번에 예상 배란일을 보면 하루는 선생님 휴무일이고, 하루는 공휴일 빨간 날이거든요. 그래서 한 달 쉬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공휴일은 병원 전체적으로 다 쉬니까 어쩔 수 없는데 저 쉬는 날은 괜찮아요. 잠깐 나오면 되니까, 그건 괜찮고. 이번에 혹시라도 잘 안되면 시험관 하기 전에는 한두 달 쉬면서 다시 재정비를 해야 해요'

'아, 만약에 이번에 5차 실패하면 어차피 잠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맞아요'

'그러면 저 바로 5차 진행할게요'


5차는 한 달만 쉬어가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다태아라는 말에 제 마음은 다시 움직였습니다. 아이를 갖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한번 시도로 두 명의 아이가 생긴다니 완전 마음이 혹했죠. 그렇게 저는 쉬어가는 것보다는 인공수정 5차까지 쉬지 않고 진행하는 방향을 선택했어요. 예전보다 약은 더 강력해졌고 주사 맞는 횟수는 더 늘어났습니다. 거의 매일 주사를 맞고, 하루에 두 번, 어느 날은 세 번도 맞으면서 마지막 기회를 향해 달려갔어요. 배에 주사자국이 늘어났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는 희망이 마음속에서 피어났습니다.


담당 선생님과의 마음이 통하다

강력한 약의 효과로 왼쪽에 난포 4개, 오른쪽에 난포 3개. 무려 7개의 난포가 자랐습니다. 꺄! 난포 부자! 물론 한 개만 있어야 하는 자리에 여러 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크기는 제각각이었지만 그래도 넉넉한 개수에 제 기대감은 더 올라갔습니다.


'난포가 아주 잘 자랐어요. 크기가 작은 것도 있어서 전부 활용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상태가 좋아요'

'와, 너무 기뻐요'

'이번 시술 날짜는... 흠, 이번주 연휴에 시술하면 좋을 것 같은데 병원 영업을 아예 안 해서, 그 전날 최대한 늦은 시간에 하면 될 것 같아요'

'네. 좋아요. (어? 근데 그 전날은 선생님 휴무일 아닌가? 휴무일이 바뀌었나?)'


대답은 하면서 뭔가 저 날짜에 선생님이 안 계실 텐데? 왜 별말씀이 없으시지? 생각하면서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지난번 진료 때 담당 선생님이 본인 휴무일에는 본인이 나오면 되니까 날짜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어요. 저를 위해서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휴무일에 나오는 걸로 결정을 해주셨죠. 너무 고민도 없이 날짜를 정하셔서 제가 휴무일을 잘못 알고 있나 착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역시 저를 위해 나와주시는 거였어요. 


모든 것이 완벽

인공수정 3차처럼 배란일 앞뒤로 남편이 한국에 없는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고, 인공수정 4차처럼 미친 듯이 배와 자궁을 쪼여오는 아픔도 없었어요. 게다가 담당 선생님까지 특별히 시간을 내서 시술을 해주신다고 하니 모든 것이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선생님, 오늘 저를 위해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엥 누가 그래요~'

'(간호사실에서 주사 안내받으면서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이번에 5차니까 저도 더 열심히~ 시술 시작할게요'

무언가 낯간지러움에 서로 끝말은 흐렸지만 한두 마디에 담긴 진심은 서로 잘 전달된 것 같아요.


난임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담당 선생님과 서로를 믿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진심으로 믿고 신뢰하면 마음은 저절로 통하게 되어있으니, 반복되는 실패에도 흔들리지 말고 서로 잘 믿고 진행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찾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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