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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데이 Oct 10. 2024

인공수정 기회 박탈

마지막 기회에 의미부여

마지막 결과

담당 선생님께서 특별히 시간을 더 내어주셨던 인공수정 5차, 그 결과가 나오는 날입니다.

정말 떨렸어요.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심호흡을 하고 산부인과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그... 이번에도 피검사 수치가 그대로여서...'

'아, 네'

'담당 선생님하고 상담하고 다음 절차도 논의하셔야 하고...'

'네, 네'

'동일하게 생리 시작하시면 연락을...'

'네'

마지막 '네'와 함께, 아니 '네'라고 말을 못 했어요. 이미 제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이미 눈에서는 눈물이 와장창창 떨어지고 있었거든요. 지금 울고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네'라는 한 글자에 저는 무너졌습니다. 전화를 끊고 잠시 회사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진짜 임신인 것 같았는데, 나 진짜 임신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왜, 아니지? 마지막 기회라는 거에 의미를 부여하고, 마지막이니까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가득 차 있던 것 같아요. 그 어느 때보다 실패라는 단어에 무게를 느꼈고,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멈추지 않는 눈물

남편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카톡을 바로 읽더라고요.

'오빠, 전화할 수 있어?'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 허어어어어어어어엉엉.....'

지금 회사에 있다는 걸 잠시 잊어버리고 정말 엉엉- 울었습니다.

'오늘 회에 한잔 하자. 나 오늘 좀 일찍 퇴근할게'

'그래, 나도 일찍 퇴근할게. 오빠, 고생했어'

'아니야, 너가 고생했지. 아직은 그냥 때가 아닌가 봐. 괜찮아'

'응, 이따 봐. 이따 더 얘기하자'

전화를 끊고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회사에서 누가 보든 말든 그냥 펑펑- 울고, 화장실에서 세수도 하고, 세수하면서 또 울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임신이 되는 줄 알았던 지난날의 나.

저는 대학생, 아니 사회초년생 까지도 아이를 4명은 낳을 거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어요. 그러면 이미 출산을 경험한 어른들이 '너 한 명 낳아보고 다시 얘기하자', '너 신입사원 때 4명이라 그러더니, 아직도 4명이야?' 이런 얘기를 들었죠. 물론 20대 중후반이면 결혼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늦어졌고, 그러면서 4명은 3명으로, 또 아이를 키우는데 경제적인 비용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을 즈음 3명은 2명으로 줄어들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상황이 허락한다면 3명까지는 낳겠다는 의지에 불타있었습니다. 임신은 의지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한 생명은 내 마음의 의지로만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 알았지만요.


처음 난임병원에 갔을 때, 그리고 인공수정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 인공수정 5번의 기회 모두 소진. 이렇게 저는 소중한 인공수정 5번의 기회를 모두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5번의 기회는 도전해야 후회가 없을 같았고, 결과가 어떠하든 후회는 없어서 그걸로 만족합니다.


안녕, 시험관! 우리 처음 만나네,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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