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경기도민의 특징이 뭔지 아세요?
강 건너 약속은 잘 안 잡는 거에요. 그나마 인심 써서 집 앞에서 한방에 가는 버스가 있는 경우에는 가끔 강을 넘어가주긴 하지만요. 하하. 그런 저에게 시련이 있었으니, 결혼하고 이직을 하면서 경기남부에서 서울 중심부로 약 3시간에 걸친 출퇴근 여정을 떠나야만 하는 거였죠. 처음에는 강 건너는 게 재미있어서 한강을 지날 때면 바깥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막 사진도 찍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잠이나 자야지 한강을 바라볼 여유 따위 없더라고요. 그렇게 하루, 이틀 출퇴근 여행에 적응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저는 혼자 출퇴근을 하는 게 아니었어요.
저와 함께 여행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죠. 매일 같은 버스 줄을 서서 같이 버스 타는 아저씨, 버스카드를 놓고 온 저를 위해 대신 버스카드를 찍어준 분, 만원 지하철에서 힐로 발등을 찍었는데도 괜찮다고 해주시는 분, 너무 힘든 날 지친 저를 위해 지하철 자리를 양보해 준 분 등 출퇴근 길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출퇴근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조금씩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고, 아직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세상임을 배웠습니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진다. 이기적이다. 요즘 애들은 본인 밖에 모른다.'는 말을 하지만, 아직 이 세상은 괜찮은 세상임을 하루하루 깨달아갔습니다.
늘 같은 출퇴근 길이지만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니
매일이 새롭고 즐거운 출근길이 되었어요.
오늘도 해야만 하는 출퇴근 길에 몸을 맡기는 저의 출퇴근 동료분들!
늘 빠른 걸음으로 환승하는 지하철에, 버스에 몸을 맡기기 바쁘지만,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보세요. 새로운 세상, 즐거운 세상이 보일 거예요. 출퇴근 길이 재미있어지는 건 덤이고요. 그동안 제 출퇴근 길에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같이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출퇴근 길도 편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