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EALT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건강 Nov 11. 2021

당뇨발? 아프지 않다면 이미 시작일 수 있어요.

by 배뚱뚱이

일상건강 매거진 편집부에서 저에게 “오징어 게임에도 나오는 당뇨발에 대해서 조사해보자”라고 제안(명령)을 주셨습니다. 사실 저희 집에는 만 10세, 6세 아이가 있어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오징어 게임은 단 한 편도 시청하지 않았기에 저는 “오징어 게임+당뇨발”부터 검색해봐야 했습니다. 

저는 오징어 게임 참가자 중 누군가가 당뇨병이 있는 걸로(일단은 1번 할아버지부터) 의심했는데 아니더군요. 이정재(성기훈 역)가 엄마 병원비가 모자라 게임에 참가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엄마의 당뇨발 치료비였습니다. (엄마로는 유쾌, 상쾌, 통쾌 변비약 광고를 하시는 김영옥 님께서 출연하셨습니다.) 사실, 제게도 당뇨발은 아픈 기억 중 하나입니다. 할아버지가 당뇨발로 왼쪽 다리를 절단했던 과거가 있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6년 전 할아버지 돌아가시기 1년 전 사진입니다. 좌측 발이 없으셔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셨죠

# 당뇨병은 잘 알지! 근데 발이랑 무슨 상관이지?

당뇨병은 워낙 흔한 성인병이라 다들 잘 알고 있을 듯합니다. 당뇨병은 ‘혈당조절이 되지 않아 혈당이 정상수치 이상으로 상승하는 질환’입니다. 우리 몸의 혈당 조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인슐린이란 효소입니다.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당뇨가 1형 당뇨, 그리고 우리가 성인병으로 알고 있는 2형 당뇨는 우리 몸이 인슐린에 저항성이 생겨 인슐린을 대령해도 혈당을 떨어뜨리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당뇨병이랑 발이랑 무슨 상관일까? 


DM Foot(Diabetes Mellitus Foot)을 직역했던 용어가 당뇨족, 그리고 이걸 한글로 바꾼 것이 ‘당뇨발’입니다. 정확한 의학 용어로는 ‘‘당뇨병성 족부 질환’입니다. 즉, 당뇨병 환자에게 생기는 족부 병변(병으로 일어난 육체적 또는 생리적 변화)이 당뇨발이 되는 것입니다. 당뇨병 환자의 족부 병변은 단순한 피부 이상(건조, 각질 등)부터 시작해서 궤양이나 세균 감염까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치료가 되지 않아 나머지 전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진행될 수 있습니다. 

# 어떻게 이렇게까지 심해질 수 있지?

이 부분에서는 제가 병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이 라디오에서 진행한 인터뷰가 있어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매우 명쾌하게 잘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당뇨 합병증의 상당수의 원인은 신체 말단의 모세혈관의 혈액순환 이상입니다. 심장에서 가장 먼 부위인 발의 혈액순환이 서서히 나빠지는데, 이는 외부의 상처나 균의 침입으로부터 막아줄 지원군을 보낼 수 없게 된다는 뜻입니다. 아주 작은 감염이나 상처에도 외부 침입자들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집니다.


만약 아픔을 느낄 수 만 있다면 즉, 신경이 제 기능을 하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초 신경도 당뇨에 노출되면 점점 끝부분부터 무디어집니다. 이 역시 우리 몸에서 뇌와 가장 먼 기관인 발에서부터 이런 문제가 시작하는 거죠. (사실 이 부분은 논란이 있는 부분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렇게 설명드립니다) 발에 상처가 나면 항균작용이 있는 연고라도 바르면 도움이 될 텐데, 상처가 나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니 그냥 상처 안에서 외부 침입자들이 날뛰도록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결국 아주 작은 상처에도 상처가 전혀 낫지 않고 점점 커지면서 나중에는 발을 포기해야 하는 단계에 이릅니다. 당뇨발은 생각보다 많은데, 당뇨 환자의 15%가 이 당뇨발로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 아픔이 멈춘 순간, 발 신경이 아예 파괴되어 버린 거죠

사실 신경 장애의 경우는 이렇게까지 망가지기 전에 몇 가지 전조증상이 있긴 합니다. 초기 증상은 발이 시리고, 저리고, 화끈화끈합니다. 환자 개개인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데, 그러다가 어느 순간 괜찮아집니다. 하지만, 이건 괜찮아진 것이 아니고 발 신경이 아예 파괴되어 버린 것입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한테 “전기담요에 발을 왜 지지고 있어요?”라고 한 말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날이 춥고 발이 이상해 전기담요에 발을 두셨는데, 뜨거운 것도 모르고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상처, 그리고 이 상처를 모르고 계속 일하셨던 할아버지는 신발 안에서 발 상처가 계속 커져갔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 상처 하나로 고생을 했습니다. 중간에 인조 혈관을 이식해 발 말단의 혈류를 늘리는 방법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왼쪽 무릎 아래를 수술로 절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뇨병성 족부 질환의 대표적인 사례 (서울아산병원질환백과)

이런 작은 상처가 낫지 않으면 점점 상처의 크기가 커지고, 상처 내부는 혈액 공급을 받지 못해 괴사를 합니다. 괴사한 조직은 결국 썩기 마련이고, 썩는 부위가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가뜩이나 혈액공급이 약한 주변 부위로 쉽게 확장을 합니다.


# 당뇨발 치료법이 많다는 의미는…

사실 당뇨발 치료법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저 모두 의료인이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당뇨발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습니다. 6~7년이 지난 지금은 전보다 더 많은 치료법이 개발됐습니다. 고압산소치료, 성장인자(EGF) 연고, 혈관확장제 등등 많은 방법들이 동원되어서 상처가 스스로 낫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만약 스스로 낫지 않는다면 일단 데브리망(Debridement)란 드레싱으로 썩은 부위의 죽은 조직 제거를 열심히 해줍니다. (참고로 Debridement를 신기하게 디브라이드먼트, 이렇게 영어로 발음하지 않고 데브리망이란 불어 발음을 씁니다. 이 단어를 데브리망이라고 읽으면 ‘어, 의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이게 안되면 정상적인 피부를 가져다 붙이는 수술, 또는 인공 조직 등을 가져다 붙입니다. 사실 이렇게 치료방법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잘 낫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당뇨발은 예방이 최선입니다


# 발을 자꾸 들여다보세요!

이렇게 치료가 잘 안되기 때문에 당뇨발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당뇨병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 ‘발 관리’가 있을 정도로 발에 대해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의 라디오 인터뷰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그대로 가져오자면 

구체적으로 당뇨발 관리를 하고 싶다면 발을 자꾸 들여다봐야 합니다. 발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어디에 조그만 상처가 있는지, 굳은살이 있는지 잘 확인하세요. 조그만 티눈이나 굳은 살을 손톱깎이로 자르는 사람도 있는데, 당뇨병 환자는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상처가 안 나게 조심하시고 신발도 너무 꽉 끼는 신발을 신지 마세요. 여유 있게 헐렁하고 넉넉한 사이즈로 신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발도 발이지만 결국은, 혈당이 잘 조절되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혈당관리라고 하면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한 1/3은 당뇨병 약이 하죠. 의사의 역량인 거죠. 그리고 1/3은 본인의 생활습관! 운동을 열심히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세요. 그리고 나머지 1/3은 식사요법이 차지합니다. 즉, 당뇨병 환자를 치료할 때는 1/3 정도는 약의 도움을 받고, 나머지 2/3는 본인이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합니다. 당뇨병 약만 믿고 나는 약만 먹으면 되겠지 하고 아무거나 먹고 운동도 안 하시면 결코 혈당 조절이 안됩니다. 약은 약대로 늘어나기 때문에 가장 좋은 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사는 적게 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 부모님의 발을 자주 살펴봐주세요. 그리고 원푸드 요법은 금물입니다

저는 할아버지께서 당뇨병이 생긴 이후 할아버지 집에서 약 7년간 함께 살았었습니다. 저희 집 마루에는 늘 스테인리스로 된 드레싱 기구들이 있었는데 그게 다 할아버지의 상처들을 치료하기 위한 도구였던 것을 나중에 돼서야 알게 되었죠.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본인보다 가족들 (특히 부모님, 조부모님)이 당뇨병 환자인 경우가 많을 텐데, 발을 한번 확인해 보고 늘 조심하라고 당부해주세요. 

그리고 하나 더!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이 당뇨병 환자라면 돼지감자, 여주 같은 것 사드리면서 “여주 달인 물 먹었으니 오늘은 외식하자!” 이런 병 주고 약 주고 (사실 저런 원푸드 요법은 당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하지 말고, 차라리 당화혈색소(HbA1C)수치를 가족분들이 공유하면서 관리해주세요.


당뇨발 예방을 위해 부모님의 발 사진 또는 당당발걸음 메시지를 적은 발 사진을 촬영해 SNS에 업로드해주세요. 챌린지 참가자 150명에게 한독과 양말 전문 브랜드 아이헤이트먼데이가 제작한 ‘당당발걸음 양말’과 건강기능식품을 선물합니다. 또, 365개의 발 사진이 모이면 도움이 필요한 당뇨병 환우에게 당뇨발 예방을 위한 양말을 선물합니다.

당당발샷 챌린지 참여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당장 구급상자를 열어봐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