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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Sep 30. 2020

아이와 함께 팔당 당일치기 여행

by 마흔살 어른이

핫도그의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시 팔당길 만남의 장소인 능내역으로 돌아가 저녁식사 장소를 물색했다.

올해 6살인 우리 딸이 스무 살, 서른 살이 되어서도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가는 것이 내 소박한(?) 꿈이다. 그러다 보니 내 고민은 항상 이번 주말에 뭐하고 놀지?’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주말 놀 거리를 찾는 고민이 더 깊어졌다. 

# 자연과 함께할 수 있고
# 개방된 장소여야 하며
# 사람과의 접촉 많지 않은 곳

이런 곳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서울 당일치기 여행을 할 만한 좋은 곳을 찾았다새롭지는 않지만 흥미진진했던 당일치기 팔당여행을 소개한다.


# 교통체증은 싫어, 전철로 떠나는 서울 근교 여행

서울을 떠나 여행 가는 차를 운전할 때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다 ‘서울만 벗어나면 안 막힐 거야’ 이렇듯 여행의 시작은 우선 막히는 도로를 뚫고 서울을 탈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은 대중교통이 정말 편한 나라다. 일본인 와이프는 가끔 일본인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대중교통 칭찬을 자주 한다. 검색 몇 번만 하면 버스나 지하철이 몇 시에 도착하는지는 기본이고 환승할 때 가장 가까운 출입구는 어디인지까지 다 알려주기 때문이다


날이 좋은 토요일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우리 가족은 경의선을 타고 팔당을 가기로 했다. 6살 딸에게는 기차여행을 갈 거라 하고 전철역을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딸이 좋아하는 빼빼로와 젤리 간식을 샀다. 핸드폰을 검색해보니 가좌역에서 1시 35분 열차가 있었다. 총 23개 역 1시간 13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시간에 맞춰 경의선 열차를 탄 우리 가족은 이렇게 팔당을 출발했다.


# 3인용 전기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팔당 길 

정확히 1시간 13분이 지나 팔당역에 도착했다. (역시 한국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최고다)  주말여행지로 팔당역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다. 팔당역에서 나오면 커다란 공터가 있다. 그리고 우측 편에 보면 자전거 대여소가 크게 있다. 원래 계획은 어른 자전거 2대에 우리 딸을 위한 트레일러 1대를 대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친절한 자전거 대여소 아저씨는 우리 가족을 보더니 3인용 전기 자전거를 추천했다


3인용 전기 자전거가 있어요? 2인용 자전거는 아내와 데이트할 때 타본 적이 있는데 3인용 자전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전기 자전거라니! 신기기도 했지만, 이 더운 날씨에 딸을 트레일러에 힘들게 태우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았다. (역시 사람은 문명의 혜택을 받아야 해!) 아저씨가 3인용 전기 자전거를 꺼내 왔다. 어른 3명이 타는 3인용이 아닌 2인용 자전거 뒤쪽에 어린이용 보조 의자를 단 형태다. 딸을 뒷자리에 앉혀 안전벨트를 채우고 우리 가족은 팔당 라이딩을 떠났다.


우리가 팔당을 간 날은 땡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 날씨였지만,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한강변을 달리니 시원하기만 했다. 여기엔 전기자전거의 역할이 컸다.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시속 20km 이상 달릴 수 있어 주위의 고급형 로드바이크를 앞지를 수도 있었다. 볼 수는 없지만 뒤에서 딸이 야호~” “꺄르르~” 하며 웃는 소리는 딸바보 아빠를 더 빨리 달리게 하는 충분한 에너지가 됐다.

# 능내역 폐역에서 포토타임 & 커피 타임

팔당길을 따라 약 2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능내역이 나온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이지만 옛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관리를 잘 해놨다. 이곳은 팔당길의 만남의 장소인 듯, 우리를 비롯해 자전거 라이딩 족들의 쉼터가 있었다. 한쪽에는 막걸리와 도토리묵을 파는 곳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가 있었다. 마음은 막걸리에 도토리묵을 먹고 있었지만 자전거를 운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어 맞은편에 있는 ‘바라보다’ 카페로 들어갔다. 독특한 계단식 좌석인데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어 No KIDS 존으로 운영하고 있어 다소 아쉽긴 했다. 하지만 건물을 돌아가면 야외에 야외 공간도 있어 이곳에서 쉬기로 했다. 조금 덥긴 했지만 다행히 그늘이 있어 충분히 쉴 수 있었다. 커다란 공 형태의 그네 의자가 있어 오히려 우리 딸은 야외를 더 좋아했다그리고 카페에서 파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다!

# 두물머리 핫도그는 다음 기회에

능내역에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음 목적지인 양수리를 향해 떠났다. 능내역에서 양수리까지는 약 6km, 20분 정도의 거리다능내역에서 양수리까지는 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지나야 하는데 이쪽 후반부 코스가 시원하고 좋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도 있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인지 맨 뒷자리에 탄 꼬마 승객은 연신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양수리를 가는 목적은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온 두물머리 핫도그를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아쉽게도 두물머리 핫도그는 먹지 못했다. 두물머리 입구까지는 자전거길이 잘 되어있는데 두물머리 입구부터 핫도그 집까지는 자전거길이 없어 민첩한 움직임이 힘든 3인용 전기자전거로 가기는 힘들었다.핫도그의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시 팔당길 만남의 장소인 능내역으로 돌아가 저녁식사 장소를 물색했다. 

# 뒷골이 쨍할 정도로 시원한 초계 국수로 마무리

팔당역을 출발해 라이딩 초반에 초계 국숫집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이렇게 비슷한 집들이 모여 있으면 왠지 맛집처럼 느껴진다. 마침 날도 더워 시원한 초계 국수를 먹기로 했다. 초계 국숫집이 몇 개 있었는데, 여기가 팔당역이라 팔당 초계 국수로 들어갔다. 초계국수, 초계 비빔국수 그리고 주먹밥을 시켰는데 맛집이었다. 전기자전거이긴 했지만 하루 종일 밖에서 땀을 흘렸던 걸까? 우리 가족은 모두 정말 맛있게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뒷골이 쨍할 정도로 시원한 초계국수 그리고 칼칼한 맛이 일품인 비빔국수의 조합그런데 의외로 서브 메뉴로 시킨 주먹밥이 맛있었다


천천히 식사를 마친 우리 가족은 8시 5분, 서울로 가는 경의중앙선을 타기로 했다. 전철을 타러 가는 길, 우리 딸이 말한다. 아빠다음엔 여기서 하룻밤 자고 또 자전거 타고 싶어라고 한다토요일 하루를 전기 모터의 힘을 빌려 열심히 자전거를 운전한 딸바보 아빠의 피로를 말끔히 힐링해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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