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배뚱뚱이
코로나 백신 특집 1화에서는 코로나 백신의 일반적인 내용을 다뤘습니다. 2화에는 언론에서 일부 다루긴 했지만 설명이 부족할 수 있는 코로나 백신에 대한 궁금증을 다뤘습니다. 일부 개인적인 의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다는데 왜 큰 관심이 없는 거죠?
이 점을 설명드리기 위해서는 우선, 약을 개발하는 단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즘 뉴스에서 1상, 2상, 3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으실 겁니다.
1상이라는 것은 주로 새로운 약제를 사람에게 처음 투여하는 단계로, 대부분은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고, 사람에게 들어가도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2상은 본격적으로 이 약제가 특정한 병을 가진 환자에게 듣는지 처음으로 투여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약효를 최초로 환자에게 투입하여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3상은 가장 중요한 임상으로 약제를 시판할 때 필요한 마지막 단계입니다. 다수의 환자 (가능하다면 가짜약이나 기존 치료와 대조하여)에게 진짜로 약을 투여해 실제 환자에게서의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투여 용량까지 모두 검증을 합니다.
필자가 이전 다국적 제약사에서 근무할 때, 엄청나게 기대를 받고 개발 중인 항암제가, 3상에서 안전성 문제가 있다고 미국 FDA에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연구 중단 처분이 내려지고 1주일 만에 그 약제 담당 팀이 공중분해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약제들이 이 3상 고비를 넘지 못합니다. 그만큼 백신과 약을 개발하는 것은 힘든 것이죠.
일단 러시아의 백신 스푸트니크,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이름을 가져다 붙인 이 약제는 가장 중요한 3상 임상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러시아 당국에서 긴급 허가를 내줬습니다. 이 약이 걱정되는 점은 백신을 맞았을 때 COVID-19의 항체 (주: 항체라는 것은 몸이 특정한 감염병에 대해서 대항할 수 있는 단백질인데, 백신의 목적은 질병에 걸리지 않고도 이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얻는 것입니다.)는 생성될지 모르나, 그 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요 선진국들에서 이 백신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산 백신은 적절한 1,2,3상 단계를 모두 밟고서 진행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현재 임상 3상 참여 국가들을 보면 중국, 브라질,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러시아 등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주요 선진국들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았죠. 이것이 어떤 문제냐 하면, 과연 약으로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제대로 보고 할 수 있을지, 환자 추적 관찰은 적절히 이루어질 지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백신 기술이 별로 없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나중에 백신이 개발되면 먼저 주겠다는 것을 약속받고 진행되는 임상에서 과연 어떤 나라가 백신 개발사 (중국 회사)가 불리한 내용들을 제대로 보고하겠냐는 점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 중 주요 대형 병원의 혈액종양내과나 암센터에서 입구 근처에 다국적 제약사들과 체결한 임상연구센터 협약 간판을 자랑스럽게 주렁주렁 달아놓은 것을 보셨나요? 이처럼 믿을 수 있는 연구 센터가 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문서를 영어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미국 FDA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모든 절차 관리를 시행하고, 지속적으로 원 개발사에게 믿음을 주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단순히 3상을 했다는 것보다 어디에서 어떤 관리감독하에 3 상연구를 진행하였냐는 부분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러시아/중국산 백신이 결과적으로는 효과가 있다고 나중에 판명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앞장서서 생체시험 대상이 되는 것보다는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2. 국내에서 굳이 코로나 백신을 개발해야 하나요? 그 비용으로 해외 백신을 구입하는 것이 더 빠르고 경제적인 것 아닌가요?
이 부분은 사실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가장 비슷한 예를 들자면 식량안보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다른 개발 도상국, 내지는 완전 기계화 농업을 하는 미국 같은 나라들에 한참 뒤처지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먹을 쌀은 자급자족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에서도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것은 언제든 우리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해외에서 백신을 구입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것만 믿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백신은 희귀병 약제나 항암제가 아니라 아마도 전 국민이 맞아야 하는 필수 의약품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백신주권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거죠.
또, 상상하기 싫은 일이긴 하지만, 지금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들이 제한된 기간에만 효과를 보이고 변종에는 효과가 없다고 밝혀지면 (마치 독감 백신처럼요 (이전글. 독감백신 맞고 어깨가 아픈 이유는? https://brunch.co.kr/@everydayhealth/22)) 새로운 백신 개발이 또 필요할 수 있고, 이럴 때를 대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원천기술로 백신을 개발해서 보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 주변에서, 누가 확진되었다, 누가 자가격리 대상이 되었다 얘기를 안 들어 보신 분이 없을 겁니다. 그만큼 이 병의 확산세는 아직도 무섭습니다. 백신이 빨리 들어오면 좋겠지만, 적어도 이번 겨울은 백신이 아닌 마스크로 우리를 지켜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는 주로 버스+지하철로 출퇴근하는데, 마스크를 엉터리로 쓰신 분들에게 의사의 사명감으로 마스크를 제대로 쓰라고 호통을 치고 싶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백신보다 더 강력한 COVID-19 예방은 마스크의 올바른 착용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이 위기를 이겨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