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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Dec 22. 2020

2020 노벨의학상 따라잡기
<C형 간염과 간 건강>

by 배뚱뚱이

매년 가을이 되면, “xxx, 과학분야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되나?”라는 식의 기사가 뜹니다. 바로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즌이 됩니다. 올해는 화학상 분야에서 서울대 현택환 교수님이 수상자가 될지 모른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기도 했죠. 아쉽게도 현택환 교수님은 이번에 수상을 받지 못했지만, 국내 과학자가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일 수 있는, 노벨상은 그만큼 권위있는 상입니다.  


# 올해 노벨 의학상을 받은 3인의 과학자

나름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지라, 노벨 의학상, 정확하게는 생리의학상에 관심이 갑니다. 이 정식 명칭입니다. 의학을 뜻하는 medicine 앞에 physiology, 즉 생리학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이유는 이 생리학이 생물체의 기능, 즉 생체 내에 존재하는 개체, 기관, 세포, 생화학 분자들의 모든 기능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생물체이기 때문에 생리학적인 발견이 결국 의학분야의 발견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죠. 노벨 생리의학상은 다른 노벨상과 달리 카롤린스카 의학 연구소에서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좀 생소한 이름일 수 있지만, 의사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입니다. 대학병원에 계신 교수님들 중에 해외 연수를 스웨덴으로 갔다 하면 대부분 카롤린스카에 다녀오신 경우가 많을 정도로 의학 분야에서는 매우 유명한 대학교입니다. 


올해 노벨 의학상은 C형 간염을 발견한 3인의 과학자 H Alter, C Rice, M Houghton 3인에게 수여됐습니다. 그럼 왜 이 C형 간염이 의학적으로 중요한 발견이고, 우리가 이 병을 피하고 건강한 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주의해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 간염, A형과 B형은 많이 들어봤는데...

간염은 간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간에 염증이 생기면 간세포가 일부 파괴되면서 OT/PT (요즘은 AST/ALT)라고 부르는 간 수치가 상승합니다. 그 원인에는 일단 술 때문에 생기는 알코올성 간염, 살쪄서 생기는 지방 간염, 그리고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간염이 있습니다. C형 간염은 이 바이러스성 간염의 한 종류입니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크게 A, B, C, D, E 정도가 알려져 있습니다. 이중 D, E는 빈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사들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먼저, B형 간염은 우리나라가 80년대까지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높은 유병율을 보이는 질환이었습니다. 덕분에(?) 국내 간 전공 선생님들이 세계적으로도 바이러스성 간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B형 간염 예방 백신 사업이 아주 성공적이어서, 최근에는 아주 급격하게 B형 간염의 유병율이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90년대 이후에 태어났거나, 아이가 있다면 생후 1,2,6 개월에 모두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맞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출산 과정에서 B형 간염은 산모에게서 신생아에게 전파될 수 있는데, 예방을 열심히 한 결과 B형 간염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정말 급격하게 줄어들게 됐습니다.  


A형 간염은 사실 50대 이상의 분들은 어린 시절 흙과 함께 놀면서 다 걸린 경험이 있고, 항체가 형성되어 있어 문제가 없던 간염입니다. A형 간염은 기본적으로 어릴 때 걸리면 감기처럼 살살 앓고 그냥 치유되어 버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40대보다 어린, 지금의 젊은 세대는 위생적인 삶을 살다 보니, 한번도 A형 간염에 노출된 적이 없고,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되어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어린이와 달리 심각한 증세가 나타납니다. 벌써 10년이나 되었네요, 기억하시겠지만, 개그맨 박명수 씨가 A형 간염으로 당시 무한도전에서 잠시 못 나올 정도로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성인에게는 위험한 질환입니다.


참고기사: 개그맨 박명수, A형 간염 홍보대사 맡는다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626 


# A, B형 바이러스만 예방하면 간염을 정복할 수 있을까?

A, B형 바이러스는 예방접종이 있어서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A, B만 막으면 모든 바이러스성 간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간을 전공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Non-A, Non-B” 즉 A도 아니고 B도 아닌 묘령의 간염이 있다는 사실이 전해져 왔습니다. 분명 증상은 간염인데, 검사를 하면 원인을 모르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새로운 바이러스 종류인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하신 분들에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광이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사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1989년에 발견됐습니다. 바이러스 모양이 단순하고 (RNA 바이러스) 치료약제를 피해 가며 변이가 쉽게 일어나 제대로 된 치료약이 발명되는데 거의 2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최초의 치료제였던 페그린터페론+리바비린는 치료 기간이 48주나 되고 항암제랑 비슷한 독성 (전신 쇠약 + 탈모)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치율이 50%가 겨우 넘는, 속된 말로 1년 동안 고생했는데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 그런 치료법이었습니다. 이후 Direct acting antiviral agent 즉, 바이러스의 복제를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약제들이 개발되면서 이젠 치료 성공률 95% 이상이 됐고, 8주의 경구약제로 완치가 가능한 병이 됐습니다. 올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964년생 건강검진에 C형 간염 검사를 포함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양성률, 즉 C형 간염이 있을 확률은 1%가 채 되지 않습니다만 만약 C형 간염이 있다 하더라도 놀라지 말고, 치료를 받으시면 됩니다.   

벌써부터 내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mRNA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의 기초기술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의학도 발전해서, 이렇게 세계 의학을 바꿀 수 있는 약제를 개발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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