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배뚱뚱이
Q1.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술을 줄이고 담배를 끊으라 해요. 의사 선생님들은 일반인보다 술, 담배를 적게 하나요?
저는 담배는 의과 공부를 시작하고 끊었고 술은 회사에서 마셔야 할 때에만 마십니다. 제 돈 주고 사 먹는 술은 맥주 한 캔 정도가 전부입니다. 사실 술이나 담배나 개인에 기호에 따른 선택이다 보니 의사라고 해서 특별히 안 한다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아버지 또한 의사인데, 술은 매일 소주 1/2명 이상, 흡연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특히 (부끄럽지만) 술의 경우 의사들이 일반인들보다 적게 마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즐겨 드시는 분들이 좀 더 강하게 술을 드십니다. 제가 병원에도 있어보고 일반 회사에도 있어 봤지만,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는 병원 회식이 훨씬 엄격했(빡셌) 던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자면, 술이 어떻게 해로운 것을 알지만, 오히려 너무 잘 알다 보니 간 검사 등을 자주 하시면서 많이 드시는 의사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흡연의 경우는 벌써 11년 전 조사자료이긴 하지만 아래와 같은 기사도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일반인에 비해서는 흡연율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여자 의사 선생님들의 경우 보통 여자분들에 비해서는 흡연율이 확실히 낮다고 느꼈습니다.
Q2. 배뚱뚱이는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의사라고 밝히나요?
네 이 부분은 진료를 시작하자마자 밝힙니다. 설명하는 용어 자체가 달라지거든요. 일반 환자를 보는 의사들은 전문 용어를 모두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바꿔 설명을 합니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인데 영어로 얘기해야 하는 것처럼. 사실 이런 의사에겐 이렇게 하는 설명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서로 의학용어가 통하면 그냥 편하게 의학용어로 대화를 하고, 진료하시는 의사 선생님도, 요점만 간단히 얘기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 진료를 해야 하는 특성상, 더 궁금한 것을 잘 물어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먼저 밝히고 진료를 봅니다.
Q3. 병원 가기 전에 질병에 대한 정보를 찾아봐요. 그런데 환자들이 너무 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오면 싫어한다는데 정말인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진료를 보던 방사선종양학과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암환자들이고 생사를 다투는 치료를 받으셔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환자분들도 많은 정보를 아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그렇게 엄근진한 얼굴이 아니라서 제가 뭐라 하더라도 환자분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으실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혹 알아오신 정보와 의사가 하는 말이 다르거나, 알아오신 내용에 대해서 의사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의사들이 이건 정말 아니에요 하는 것들은 진짜 걱정돼서 하는 얘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게 퉁명스럽고 불친절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건 인정합니다.) 의사들이 가장 난처해하는 경우 몇 가지를 케이스별로 말씀드리자면
1) 치료나 써야 할 약을 결정해놓고 “너는 이것을 처방만 하면 된다”라고 오시는 경우입니다. 약을 처방하거나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 그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잠재적인 위험까지도 내가 책임을 지고 처방을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주 최신의 새로운 약을 쓰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상을 초월하게 보수적입니다. 그런데 환자분이 와서, “내가 검색하니까 이게 좋다더라, 난 이걸 처방해 달라”라고 아예 대놓고 얘기하면, 의사에 입장에서는 본인의 직업적 권능을 무시당하는 기분 (내가 이 전문의가 되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그리고 나도 잘 써본 적이 없는 처방이나 치료를 했다가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라는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이런 것은 어떨까요?라고 문의하시는 부분은 환영이지만, 답정너를 하고 오시는 경우에는 참 난처합니다.
2) 미리 찾아오신 정보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을 때, 그런데 환자분이 엄청 철썩 같이 믿으실 때입니다. 제가 실제로 환자분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내가 머리 뒤 왼쪽이 편두통이 있다. 아무래도 이쪽에 뒷목에서 뇌로 올라가는 혈관이 막힌 것 같다. MRI를 찍어달라.” 어디서 들으셨냐고 여쭤보니 인터넷에서 유명하신 분이 한 얘기라고 하십니다. 두통이 있는 부분은 그쪽의 순환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들으셨답니다. 그런데 환자분께서 말씀하신 뇌 안에서 혈관이 막히는 것은, 급성 뇌경색으로 이미 사망하셨거나, 내지는 뇌졸중, 중풍에 해당하기 때문에 의사 앞에 앉아서 이렇게 말씀을 하실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건, 뒷목에서 뇌 안으로 들어가는 혈관 자체도 없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 카톡방에서 많이 나오는 “건강을 지키는 xx가지 습관.gif” 이런 플래시 파일들은 정말 제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공중파의 뉴스 시간이나, 생로병사의 비밀, 명의 이 정도의프로그램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라면, 질병 개선에 치명적으로 필요한 생활 습관은 아닙니다. 그 정도로 필요한 습관이었다면, 이미 의사들이 대부분 권고했을 겁니다. (특히, 종편에서 나오는 특정 질환에 좋은 one-food therapy (한 가지 음식 엄청 좋다고 열심히 드세요)는 가능하시면 바로 따라 하시지 말고 진료 보시는 선생님께 물어보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3) 건강기능식품, 한의학에 대한 명쾌한 진료를 요청하곤 합니다. 많은 환자분이 건강기능식품을 찾기 때문에 의사들도 어떤 건강기능식품이 유행하나 찾아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저희가 배워온 부분이 전혀 아니다 보니, 답변드리기가 많이 어렵습니다. 다만, 같이 드시면 안 되는 경우 (예: 신장질환 환자가 나트륨 대신 칼륨이 들어간 건기식을 많이 드시는 경우)는 확인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의학의 경우도, 저희가 전혀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진짜로 의학적 치료와 어떠한 상호 작용이 있을지 연구된 바가 없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의사들은 본인이 모르는 것을 잘못 얘기했을 때,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오진의 가능성을 늘 안고 살기에, 가능한 한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얘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한 모습이, “내가 물어보는 것에 대답도 안 해주는” 기분 나쁜 모습으로 비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4. 본인의 건강 점수는 몇 점이라 생각하나요?
음, 제 점수는, 80점입니다.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고 술을 조금 먹고 담배를 안 피우긴 하지만, 살찐 것에서 -10점,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5점 (단 것, 밀가루 음식), 정신건강 -5점 (스트레스와 우울증) 이렇게 20점 정도 감점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Q5. 건강을 위해 올해 이것만은 지켜야겠다는 생활 수칙이 있다면?
주기적인 운동입니다. 특히, 적절한 근력운동과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 모두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육체적인 건강을 넘어서서 정신적인 건강에도 분명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운동입니다.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살기 위해서 아주 간단한 운동이라도 시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