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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Mar 30. 2021

아내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by 마흔살 어른이

결혼은 서로 다른 가치와 생활 습관을 가진 남녀가 만나 함께 사는 거라 한다. 서로의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성공적인 결혼의 시작이다. 일본인 아내와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리고 있는 나는 처음부터 다른 것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의외로 비슷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10년째 큰 불화 없이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아내와 좁히지 못하는 간격이 있으니 그건 바로 건강에 서로의 생각이다. 나는 건강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는 건강 불감증, 아내는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몸에 이상이 있으면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건강 염려증이다. 


그 남자

I AM LEGEND

2007년 윌스미스 주연의 영화 ‘나는 전설이다’를 인상 깊게 봤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해 대부분의 인류가 좀비가 되고 소수만이 살아남은 세상. 영화를 보고 만약 현실에서도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내가 바로 윌스미스와 같이 지구 상에 혼자 남게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라식 수술 없이 양쪽 눈 시력 1.5, 충치 하나 없는 치아를 마흔이 넘는 나이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건강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양쪽 눈 시력 1.5를 유지하는게 자랑 중 하나다


그 여자

아내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아내는 일주일 가까이 미열이 계속되고 컨디션이 저조했다. 평소에도 건강염려증이 심한 아내이기 때문에 동네 병원에서라도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검사 결과는 3일 뒤에 나온다 한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아내가 유독 많이 피곤해 보였다. 지난밤에 잠을 못 잤다 한다. 만약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면 6살 딸아이는 어떻게 하지? 란 걱정과 함께 잠자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한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아내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건강 염려증,

정보 과잉이 문제

건강 염려증이란 질병이 진짜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실제로 한번 찾아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식 블로그에서 자세한 설명을 찾을 수 있었다. 건강 염려증(hypochondriasis)은 자신에게 심각한 질병이 생기고 있거나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집착하는 상태를 말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흔하지 않은 최악의 결과만 찾아서 그게 실재하는 위험이라고 믿는 것이 문제라 한다. 보통은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필요한 진료와 검사를 받고 병이 아니란 것을 확인한 후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6개월 이상 불필요하고 지나칠 정도의 검사와 진료를 받고, 병에 대한 걱정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건강염려증으로 진단하고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까지 받아야 한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 검색 포털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아내의 스킬

결혼 10년 차,

전문가의 한마디를 기다리다

물론 아내는 병원에서 치료받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건강 불감증 남편과 함께 살다 보니 더 심각하게 보이는 것이다. 작년 연말부터 6살 딸아이가 성장통인지 다리가 아프다며 밤에 잠을 자다가 종종 깨곤 했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모두 모국어처럼 잘하는 아내는 한국과 일본의 검색 사이트에서 ‘6세 아이 다리 통증’을 키워드로 며칠째 폭풍 검색을 한다. 폭풍 검색이 계속되면서 아내의 얼굴에는 근심이 차오른다. 성장통으로 시작했던 검색은 어느덧 골수암에 대한 걱정까지 확대된다. 결국, 대학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을 때까지 아내는 밤잠을 설쳤다. 내게 얘기 안 했지만 남몰래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결혼 초반에는 나와 아내의 이런 차이로 종종 다툼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결혼 생활 10년 차의 내공이 쌓이다 보니, 아내의 건강 걱정이 시작되면 우선 병원부터 다녀오길 권한다. 아무리 옆에서 괜찮다고 해도 전문가의 한마디 ‘정상 입니다’는 큰 힘이 된다. 

정상입니다. 이 말이 듣고싶었어요


아직 해결하지 못한

건강 불감증

아내의 건강 염려증은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내 건강 불감증은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몸은 건강하지만 어릴 때부터 쌓아온 사소한 외상은 많은 편이다. 이마와 턱은 물론 손에는 상처를 꿰맨 흉터가 있고, 오른 팔뚝에는 다림질하다 데인 흉터를 비롯해 왼손에는 손톱으로 인한 상처 등 크고 작은 상처가 많다. 3년 전 스노우보드를 타다 생긴 무릎인대 부상은 아직 회복 중이다. 많이 아플 때면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도 받곤 하지만 치료를 2~3주 정도 치료를 하다 중단하기를 반복하니 3개월이면 치료될 무릎을 3년째 달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 집 약통에는 먹는 근육통 치료제와 케XX 붙이는 근육통 치료제가 상시 구비되어 있다. 이젠 건강 불감증을 극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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