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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Apr 16. 2021

바보 같았던, 어린 시절 사마귀 치료법

by 마흔살 어른이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과 잠자리채를 들고 삼삼오오 풀밭에 모여 곤충채집 놀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곤충채집에 재능이 없어 잠자리, 메뚜기 등 평범한 곤충들만 주로 잡았다. 하지만 옆집 형은 고추잠자리보다 2~3배 크기의 왕잠자리나 사슴벌레 등 박물관이나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곤충들을 잡곤 했다. 옆집 형은 우리 동네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옆집 형이 잡은 레어(?) 곤충들 중 하나는 '사마귀'였다. 사실 사마귀는 잡기 어려운 곤충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마귀'란 이름은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또, 사마귀를 잡으려 다가가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는데 어린아이에게는 충분히 공포의 대상이 될만하다. 게다가 사마귀에 물리면 손에 사마귀가 난다는 속설이 있어 어린아이들은 사마귀를 보면 줄행랑을 치곤 했다. 7살쯤이었나, 내 엄지 손가락에도 화산처럼 톡 튀어나온 사마귀가 있었는데, 곤충 채집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사마귀한테 물린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형은 동네 공원의 풀숲에서 커다란 사마귀 포획하고 기세 등등한 얼굴로 내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사마귀한테 손에 난 사마귀를 먹이면 없어져!

우리 동네 곤충 채집계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옆집 형의 말이라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당장이라도 내 손가락을 통째로 잘라버릴 듯한 기세로 칼날을 손질하며 노려보는 사마귀가 무서웠다. 하지만 아프지 않을 거란 옆집 형의 말에 나는 눈을 꼭 감고 엄지 손가락을 사마귀에게 내줬다.  

30년도 더 지난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의 왜곡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기억으로는 사마귀가 진짜 내 손의 사마귀를 뜯어먹은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옆집 형이 사마귀의 발톱을 내 엄지 손가락에 그냥 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마귀한테 사마귀를 먹인 후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지금은 사마귀가 없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지, 약을 먹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엄지 손가락의 사마귀를 잡아 뜯다가 피가 많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 전 어린 시절 사마귀의 추억(?)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일이 생겼다. 

7살 딸아이의 손가락에 하나, 무릎 부근에 3개의 수포가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손가락 수포가 어느 날 보니 3개로 늘어난 거다. 혹시 전염이 되는 피부병이 아닌지 병원을 갔는데 사마귀란다. 어린 시절 내 엄지 손가락의 사마귀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지만...  


우리 딸의 악몽과도 같은 사마귀 치료, 냉동 요법이 시작됐다. 사마귀가 번지기 시작한 손가락만 냉동치료를 받았다. 치료 시간은 짧았지만 아이는 자지러질 듯이 울어댔다. 냉동 치료라 해서 얼음으로 시원하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액화 질소로 사마귀 바이러스를 얼려 죽이는 거라 한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는데, 어른이 받아도 신음 소리가 나오게 하는 아픈 치료라 한다. 크기에 따라 횟수는 다르지만 보통 5~6번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딸바보 아빠라면 공감하겠지만, 딸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들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싶다. 그래서 딸아이의 사마귀 치료를 한 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에 사마귀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민간요법들을 찾아봤다. 사실 민간요법의 효과에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병원 치료는 계속하면서 딸바보 아빠와 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방편이랄까?  


우선 율무가 사마귀 치료에 좋다고 한다. 율무를 볶아 보리차처럼 끓여서 물처럼 마시라고 한다. 율무를 볶는 것이 힘든데 인터넷에 귀차니즘을 위한 볶은 율무도 판다. 율무 물은 숭늉같이 구수한 맛이라 냉장고에 차게 해서 마시면 좋다. 사마귀를 완치하고도 계속 마시고 싶을 정도다.  


지인이 가지 요법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가지를 사마귀에 문지르면 없어진다고 한다. 밑져야 본전으로 한번 문질러 봤다. 말끔하게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수포가 약간은 작아진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가지를 문지를 때 사마귀 바이러스가 오히려 번질 수 있다고 해서 이 방법은 추천을 하지는 않는다.  


민간요법은 아니지만 약국에서 살 수 있는 티눈/사마귀 밴드를 무릎 부위의 사마귀에 붙여 봤다. 다행히 사마귀 수포 3개 중 가장 작았던 하나는 없어졌다. 하지만 살리실산의 약효가 독한 것인지 약이 묻은 부위가 빨갛게 됐다. 3~4일 정도 지나니 없어지긴 했지만 주의가 필요한 듯하다.  


우리 딸의 손가락 사마귀는 사마귀 발병 초기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서 그런지, 다행히 냉동 치료 2회만 받고 없어졌다. 딸은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하지만, 나와는 다른 사마귀의 추억을 갖게 됐다.




피부과 의사가 말하는 사마귀 치료방법이 궁금하면 테헤란 언니의 <오돌토돌 흉측한 사마귀, 어떻게 해결?>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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