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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Jun 17. 2021

유전되는 암 vs 유전되지 않는 암

by 배뚱뚱이

안녕하세요 배뚱뚱이입니다. 이번 달은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유전을 주제로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제 예전 전공으로 돌아와 암과 유전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유전’이란 단어는 번역을 하며 Gene(정확히는 유전자)Heredity(유전, 우리가 정말 걱정하는 선대로부터 받는 형질)가 모호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암 유전자’라 하면 마치 유전병인 듯 선입견을 갖기도 합니다. 

그럼 암은 유전이 아니라는 말일까요? 하지만 암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명백하게 유전되는 암도 있습니다. 오늘은 무엇이 유전되는 암이고, 무엇이 유전과 무관한 것인지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 암이 뭔데요?

우리는 그저 ‘암’ 이란 단어로 뭉뚱그려 얘기하지만 ‘종양’, ‘신생물’이 모두 다 암은 아닙니다. 간혹 ‘양성 종양’이란 말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양성 종양’은 우리가 염려하는 암은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가 걱정하는 ‘암’은 ‘악성 종양’, ‘악성 신생물’을 말합니다.


‘악성’이란 단어의 뜻은 ‘세포가 사멸 주기를 무시하고 비정상적으로 증식’한다는 것입니다. 비정상 세포(암세포)가 대장 내벽에서 제어되지 않고 성장하면 대장암이 되고, 유방 유선조직에서 성장하면 유방암이 되고, 전립선에서 발생하면 전립선암이 됩니다.


사실 이 악성 종양은 발암 물질과 바이러스, 유전 등 다양한 원인이 있어서 아직까지 그 발병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흡연과 폐암, 방사선 과다노출과 갑상선 암 등 몇 가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들도 있지만, 아직 많은 부분이 밝혀져 있지 않았죠. 그래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며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암을 조기에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 세포의 지속적인 재생산, 이 과정에서의 오류가 암의 원인

간단한 퀴즈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우리 몸의 피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성분인 적혈구의 수명은 얼마일까요? 


정답은 120일입니다. 즉 4달만 지나면 내 몸의 피는 완전히 새것으로 구성됩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몸 대부분의 세포(성인에서는 보통 15조 정도의 세포가 있습니다.)는 일정한 비율로 수명을 다해 사멸하고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집니다. 어느 정도 원래의 조직만큼 세포가 만들어지면 ‘이제 그만!’이란 신호를 받아 세포 생성을 중단합니다. 우리 몸은 이런 생성과 사멸이 프로그램되어있다고 해서 정상 세포에는 ‘Programed Cell Death(스스로 죽어버리는 세포사멸)’란 개념이 적용됩니다. 

암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런 프로그램 정보를 가진 유전자(다시 말씀드립니다. 유전(Heredity)이 아니고 유전자(Gene)입니다)가 이상이 생겨 생성/사멸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죠. 그래서 세포가 죽지 않거나 필요 이상으로 마구 만들어지면서 비정상적 세포들이 덩어리를 형성합니다. 이것이 바로 악성종양 ‘암’이 되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공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제품을 만드는데, 공장 창고를 수용 공간을 넘어 제품을 꽉 채우면서 결국 공장 전체 기능이 망가뜨리는 거죠.  

# 그럼, 이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발병하는 암이 있나요? 

리프라우메니증후군

무서운 얘기지만 정답은 Yes입니다. 미국 NIH의 National Cancer Institute(https://www.cancer.gov/about-cancer/causes-prevention/genetics)의 유전성 암 증후군(Hereditary Cancer Syndrome) 페이지를 참조하면, 가장 오래전부터 알려진 가족성 유전 암은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입니다.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가족성 암입니다. 하지만, 리프라우메니라는 암이 있는 것이 아니고,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암이 발생하는 증후군입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종양억제 유전자인 TP53의 불활성화와 p53 유전자의 결함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종양억제 유전자란 우리 몸 세포 재생 과정에서 종양이 될 수 있는 나쁜 유전자 복제(copy)가 발생하면 이를 막아내고 고치는 유전자입니다. 조부모나 삼촌, 이모, 고모, 조카 등에서 어떤 종류의 암이든지 45세 이전에 발견되거나 육종이 어떤 연령대에서든지 발견될 때, 이런 분들이 여러 명이 있다면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이 증후군에 대한 명확한 유병율 통계가 없고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을 검사할 만한 특징적인 검사법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습니다. (p53 관련 유전자 검사가 있기는 하지만 결과가 아직 불완전합니다.) 

유전성 유방/난소암 증후군

그다음으로는 유전성 유방/난소암 증후군입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2013년에 선제적으로 유방 절제술 (양쪽 다) 을 받은 것으로 매우 유명해졌습니다. 사실 이런 케이스는 제가 임상에서 근무할 때도 종종 봤습니다. 이 증후군은 BRCA1 과 BRCA2 의 이상으로 발생합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유방암/난소암이 발생하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병원에 있을 때는 엄마, 할머니, 이모 중 유방암/난소암이 있었던 사람이 두 명 이상이라면 더 어린 나이부터 자주 검사하도록 권유했습니다. 이외에도 신경섬유종증 1형과 같은 유전적 암이 여럿 있으나 그 빈도가 많지 않아 생략하겠습니다.


# 유전이 아니지만 유전처럼 보이는 경우: 생활 습관병 

이런 가설은 원래 가족 안에서 고혈압, 당뇨가 함께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인데, 암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암에만 국한되는 경우는 아니지만, 유전과 관계가 없음에도 유전처럼 가족 내에서 생기는 암들이 있습니다. 식구들이 전부 다 매우 뜨거운 차와 뜨거운 음식,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한다면? 집에서 새를 많이 키워서 특정 바이러스에 가족 모두가 노출된다면? 이런 경우라면 유전과 관련 없지만 가족 안에서 비슷한 종류의 암이 발병하는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앞의 2개 예시 중 전자는 식도암 위험이 가족이 함께 높아지는 것이고, 둘째는 중국 남부지역에서 비인두암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현상입니다. 

# 건강검진의 암 유전자 검사는 도움이 되나요? 

제가 맨 앞에서 ‘유전자(Gene)’와 ‘유전(Heredity)’은 다른 개념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추가로 하면 좋다고 광고하는 암 유전자 검사는 부모에서 자식으로 유전(Heredity)되는 이상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게 암을 일으킬 만한 ‘유전자(Gene)’ 이상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보는 검사입니다. 

NIH case는 유전성 암 증후군에 대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 암이 너무 이른 나이에 발병한 경우 (이미 암이 진단된 경우) 

- 한 사람에게서 여러 가지 암이 발병하는 경우 

- 보통 한쪽에서만 생기는 암이 양쪽에서 동시에 생기는 경우 (신장, 유방 등)

- 부모, 형제 등에서 동일한 종류의 암이 여러 명에서 발생한 경우 

- 아주 드문 암의 발병 (남성 유방암) 

- 태어나서부터 암과 연관이 있는 결손이 발견된 경우


여기에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예방적인 측면으로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위에 밑줄 친 항목입니다. 결국, 암 예방은 생활 습관과 정기적인 검진이란 교과서적인 접근이 제일 중요합니다. 2007년 WCRF(World Cancer Research Fund)는 최근 몇십 년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식품, 영양, 신체활동과 암의 예방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암 예방을 위한 지침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습니다.

1. 정상체중을 유지한다. 

2. 일상생활 중 적당한 활동량을 유지한다. 

3. 열량 밀도가 높은 음식은 제한하고 당질이 함유된 음료는 피한다. 

4 식물성 식품을 많이 섭취하도록 한다. 

5. 적색육의 섭취를 제한하고 가공육의 섭취를 피한다. 

6. 음주는 가능한 한 하지 않는다. 

7. 염분 섭취를 제한하고 곰팡이가 핀 곡류나 콩류를 피한다. 

8. 필요 영양소는 보충제보다는 식사를 통해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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