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만든 이야기 - 두 번째 이야기
https://youtu.be/hrO-BgLjJ-Q?si=loBnoA_tvXvx0JrY
* 노래를 재생하며 글을 읽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안녕 도윤아, 잘 지내지?
엄마는 잘 있어. 예전처럼 끼니도 거르지 않았어. 칭찬해 주렴 ㅎㅎ
항상 마음으로는 매일 편지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쓰는 건 오랜만이네. 엄마가 미안해.
어제는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도윤이가 좋아하는 수박을 할인하고 있었어. 참 맛있어 보여서인지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었는데, 엄마는 차마 사지 못했어. 도윤이 빼놓고 먹으면 안 되니까, 그치? 다음에는 수박을 꼭 사서 올게. 같이 먹자.
벌써 열 번째 봄이야. 엄마는 그때 이후로 시간이 멈춰있는데, 누가 말해줘서 알았어. 너무 힘들어서 그냥 잊어야 하나 했는데, 굳이 그러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 엄마는 그때도 지금도 죽을 것 같이 아픈데, 도윤이는 더 아플꺼 같아서 나름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게 벌써 이렇게 되어버렸네. 우리 도윤이 너무 보고 싶다.
예전에 도윤이 어릴 때 기억나? 도윤이는 횡단보도 건널 때가 가장 멋있었단다. 초록불이 되면 엄마보다 짧은 팔을 번쩍 들고, "신호등 건널 때는 손을 들어야 해요!"라고 소리치던 우리 아들. 차를 무서워하는 엄마를 내가 지켜준다고 했던 도윤이가 얼마나 기특했는지 몰라. 그래서 같이 발맞추며 걸을 때마다 엄마는 무척이나 설렜어. 지금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도윤이랑 걷던 그때가 너무 그리워. 다음에도 엄마랑 같이 산책해 줄 거지?
오늘은 주찬이네 아줌마가 데려다줬어. 주찬이 기억나지? 이번에 취업에 성공했대. 무슨 컴퓨터 개발인가 그런 걸 한다는데 엄마는 잘 모르겠어. 우리 도윤이는 컴퓨터도 잘 알아서, 잘 알아들을 텐데 그치? 주찬이랑 관심분야가 비슷해서 둘이 대화가 잘 통할 것 같아. 요즘은 도윤이 있을 때보다 핸드폰으로 하는 게 엄청 많아졌어. 식당에 가서도 어떤 기계에 버튼을 눌러야 하더라고. 젊은 친구들은 빠르게 주문도 잘하던데, 엄마는 그것도 어렵네. 나중에 도윤이가 좀 알려줘. 이런 거 잘하니까. 그때 같이 햄버거 먹으러 가는 거 약속!
근데 주찬이 얘기 듣는데, 엄마가 갑자기 눈물이 나왔어. 나도 모르게 주책맞게 눈물이 고이더라구. 우리 도윤이가 갑자기 보고 싶어져서 그랬나봐. 미안해. 도윤이도 힘들 텐데 자꾸 울어서. 편지가 잘 안 써진다. 그래도 엄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펜이 잘 안 잡히네. 우리 아들이 보고 있을 텐데 펑펑 울기만 해서 어떡해...
엄마는 괜찮아. 좀 추스르고 다시 펜을 잡았어. 마음으로 말하는 것보다 이렇게 글로 적으면 도윤이가 더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했거든. 씩씩한 우리 도윤이처럼, 엄마도 씩씩해져 볼게. 엄마도 사람이라 너무 힘들었어. 시든 꽃처럼 마음은 찢어지고, 지금도 하루하루는 부서졌어. 그래도 우리 도윤이가 보고 싶어 하던 세상, 엄마가 많이 많이 들려주고 싶어서 이 악물고 참고 있단다.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고, 도윤이도 있었던 일들 엄마한테 다 얘기해줘. 밤새 들려줄 수 있지?
죽을 만큼 아픈 것도, 우리 도윤이를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증거였음을. 애쓴다는 말로 도윤이가 지워지지 않도록 힘쓰는 엄마를 기억해줘. 언젠가 닿게 될 우리의 나날들이 반직선이 아니기를. 비가 먼저 내리고 먹구름이 드리운 세상은 여전히 원망스럽지만 이 구름이 걷히면 도윤이라는 햇살이 가득하리라 믿어. 엄마도 알고 있어. 무너지지 않으려 중심을 잡는 내 모습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그러나 그럼에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 건, 시든 꽃이 다시 피고, 찢겨진 마음이 아물며, 다시 봉합되는 그 순간을 여전히 꿈꾸기 때문이야. 엄마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도윤아, 참 보고 싶다. 엄마가 늘 사랑해.
마음을 담아 접은 이 종이비행기가
너에게 닿기를.
- 세상에서 도윤이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제가 또 좋아하는 가수 윤하의 EP 앨범 타이틀 곡, <먹구름>입니다. 2020년 1월에 발매된 <UNSTABLE MINDSET> 앨범의 타이틀 곡인데요, 발매일로부터 4개월 전인 2019년 7월에 발매된 <STABLE MINDSET> 앨범의 연작시리즈물이었어요. 각 5곡의 대칭되는 분위기를 나눠 담은 시리즈 앨범으로 완성도가 높아 많은 사랑을 받았었습니다. <우산>과 더불어 비가 오는 날 사랑받는 노래 중 하나이며, 훗날 선풍적인 인기를 끈 <사건의 지평선>과 더불어 지구과학여신이라는 별명까지도 얻게 되었죠 :)
윤하의 <먹구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이상하게 이 노래만 들으면 저절로 눈물이 나는 그런 곡인데요, 아련하고 안타까운 가사 때문에 더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브릿지 구간과 3절 이후 극대화되는 애드리브로 감정이 절정에 치닫는 "펑펑 울어야 해" 파트에서는 항상 저의 감정 또한 격해지곤 합니다. 실제 처음 듣는 라이브에서도 (<End Theory> 콘서트) 최상의 상태와 감정을 담아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에 울컥했답니다.
기본적으로 노래가 이야기하는 것은 헤어진 이후 덤덤한 듯 지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남녀간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겠지요. 그렇지만 위에 노래가 만든 이야기에서 보신 것처럼, 저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그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그것도 제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을요. 이 앨범의 소개글이 오히려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하(YOUNHA) - UNSTABLE MINDSET
STABLE MINDSET에 이은UNSTABLE MINDSET
먹구름 뒤에 비가 내리지만 뒤바뀐 순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순서로 살고 있는 화자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
중심을 잡기위해 최대한 집중할 때 보여지는 외연은 가장 불안정하다.
사람과 사람이 헤어진다는 이별에는 애석하게도 다양한 사연과 종류가 있습니다. 사랑의 형태가 단 하나로 귀결되지 않듯이, 누군가와 영영 떨어진다는 사실 자체는 형태를 막론하고 쓸쓸함과 외로움을 남깁니다. 그 그리움이 사무칠 때, 누구도 만질 수 없는 기억의 바람이 슬며시 불어옵니다. 그렇게 불러온, 불리어온, 기억을 놓았다, 붙잡았다를 영원히 반복하겠지요. 어쩌면 숭고하고, 어쩌면 미련한 인간의 이 반복적이고 바보 같은 행동. 이걸 우리는 추억이라 부르나 봅니다. 그게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걸요.
노래가 만든 이야기의 두 번째 이야기, 윤하의 <먹구름>이었습니다.
<노래가 만든 이야기> 연작은 매주 금요일 발행됩니다.
나는 잘 지내
끼니도 거르지 않았어
그저 시간이 멈춰있어
굳이 잊으려 하지도 않아 그래
네가 맞았어 죽을 것 같이 아팠지만
나름대로 잘 지내게 돼
허전함이 날 조금 괴롭히는 것만 빼면 말야
참 보고 싶어
길을 걸을 때 나를 감싸주던
따스했던 네 맘이 그리워
발을 맞추며 설레어하던
사랑했던 우리가 그리워
난 oh
그때가 그리워
참 보고 싶어
먹구름이 날 찾아와
어둡게 하고
괜찮던 맘을 괜시리 아프게 할 때면
너를 잊어야 할까 oh
길을 걸을 때 나를 감싸주던
따스했던 네 맘이 그리워
발을 맞추며 설레어하던
사랑했던 우리가 그리워
난 oh
그때가 그리워
참 보고 싶어
시들어 버린 꽃
찢겨져 버린 맘
부서져 버린 날
두고 떠나간다면
홀로 남겨진 나는
오늘도 애써 괜찮은 척 펑펑 울어야 해
길을 걸을 때
나를 감싸주던
따스했던 네 맘이 그리워
발을 맞추며 설레어하던
사랑했던 우리가 그리워
난 oh 그때가 그리워
참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