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 박효신 <Goodbye>

노래가 만든 이야기 - 첫번째 이야기

by 작가 정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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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Xp8Ep1W-azw?si=TbpMDyNp6ZnjeunK



나는 일몰을 좋아한다.

해가 붉게 물들며 저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저절로 아릿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감상에 빠져들고 있으면, 여름날의 네가 저절로 생각나서 아릿함은 저릿함이 된다.

너는 나를 떠났어야만 했을까.


너는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하는 모든 말에는 빙긋 미소 짓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갈수록 웃음이 메말라가는 살아나기에서 나에게 아이 같은 순수함을 선물했으니까.

함께 있어서 좋았고, 영원히 꿈꾸고 싶었다. 적어도 네가 유학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가지 말라고 붙잡기에는, 그것이 어리광으로 치부될 정도로 너의 계획은 촘촘하고 체계적이었다.

교환학생부터 석박사 통합과정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 준비한 느낌이 났다.

그래서 그렇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 갑작스러울 틈도 잠시, 너는 바로 이별을 고했다. 나를 잊으라며.

그때는 그게 무척이나 원망스러웠다. 나의 꿈은 너였는데, 너의 마음은 나와 같은 줄에 있지 않았구나.

함께하는 게 사랑인데, 내 생각은 추호도 없구나. 서운함은 그렇게 미움이 되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저 각자의 처한 상황이 달랐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일이 중요한 만큼 너의 일도 중요했고 각자 꾸는 꿈은 달랐구나, 하는 생각.

우리의 장기연애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닦이는 것은 아니다.

영원히 숨바꼭질을 해버린 우리의 미래는 끝내 꿰매지 못한 기억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내 마음 한편에 너는 늘 열려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너의 웃음, 너무 바라보기만 했는지 핸드폰에는 딱 사진 한 장만 남아 있었다.

한때는 멍하니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아니 오늘도 그랬다.

해가 저물고, 나는 혼자 남았다. 그리고 멈춰버린 화면만을 응시하고 있다.


끝끝내 하지 못한 말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때는 너무 미워서 못했던 말, 아니 솔직하게는 다시 돌아올 것 같아서 하지 않았던 말,

이제는 가라앉는 태양에 외치고 너를 놓아주려 한다.



“오래 머물러주어서 고마워. 함께 했던 모든 날이 좋았어. 행복했고, 행복해야 해. 안녕.”







작가의 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박효신의 싱글 앨범 곡, <Goodbye>입니다. 2019년 당시 <Lovers> 콘서트를 앞두고 공개된 이 곡은 수많은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대중성을 잡아 많은 사랑을 받은 곡입니다.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면서도, 해안가에서 절규하는 노래하는 뮤직비디오 또한 반응이 뜨거웠죠. <Goodbye>는 곧 발매될 8집의 서막으로 보였으나, 아직까지 8집은 그 이후 6년이 되어가도록 묵묵부답입니다. 빨리 나왔으면 싶네요 대장 :)

2019 LOVERS 막콘 퇴근길

<Goodbye>를 듣던 첫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2절에서 3절로 넘어가는 브릿지 구간 “You’re the only, you're the only one in my menory, (You are the all) For me.” 파트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단순히 고음처리라기보다는 박효신 특유의 긁는 소리가 노래 안에서의 감정선을 이끌어 내는 듯하여 좋았습니다. 이어지는 “끝내 참지 못한 눈물이 나”라는 가사와 맞물려, 절정을 이끌어내고 노래는 마무리됩니다.


많이 들었던 노래인 만큼, 들을 때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 이야기들 중 하나를 고르고 다듬어 여러분 앞에 내놓습니다. 이 노래 가사 중 “여름처럼 웃고 있는 너”가 무슨 뜻일까 고민하는 팬 분들도 상당히 많았는데요,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저는 날씨가 화창한 날 공원에서 해맑게 웃는 연인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요새 유행어처럼 많이 언급되는 ‘여름이었다’라는 말처럼, 눈부신 태양만큼이나 반짝이는 순간을 그린 것이 아닐까 하면서요. 그렇게 멋진 상대방은 애석하게도 ‘멈춰버린 화면’ 속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떠나간 상대방을 늘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었던 주인공은, 이제는 마음 한 켠에서도 그를 놓아주려 ‘굿바이’를 다짐합니다.


‘우린 다른 꿈을 찾고 있던 거야’라는 부분과 ‘오래 머물러 주어서 고마워’라는 두 소절이 빚어낸 상상력은 ‘유학’이라는 소재로 재탄생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어쩔 수 없이 갈라지는 안타까운 현실 상황. 그렇게 떠오른 이야기를 짤막한 글쓰기로 표현해 보았네요.


노래가 만든 이야기의 첫 번째 이야기, 박효신의 <Goodbye>였습니다.




<노래가 만든 이야기> 연작은 매주 금요일 발행됩니다.





박효신 <Goodbye>

멀어져 가는 오후를 바라보다

스쳐 지나가 버린 그때 생각이나

기억 모퉁이에 적혀 있던 네가

지금 여기에 있다

이젠 멈춰버린 화면 속에서

내게 여름처럼 웃고 있는 너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Goodbye

오래 머물러 주어서 고마워

이 말이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제 Goodbye

우린 다른 꿈을 찾고 있던 거야

아주 어린 날 놀던 숨바꼭질처럼

해가 저물도록 혼자 남은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

이미 멈춰버린 화면 속에서

내게 여름처럼 웃고 있는 너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Goodbye

오래 머물러 주어서 고마워

이 말이 뭐라고 이렇게 힘들었을까

손에 꼭 쥐었던 너와의 Goodbye

끝내 참지 못한 눈물이 나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Goodbye

함께 했던 모든 날이 좋았어

이 말이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제 Goodbye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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