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셋 (上) - 에피톤프로젝트 <첫사랑>

노래가 만든 이야기 - 세 번째 이야기

by 작가 정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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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3w5iMGSHvsE?si=ky9mKHdtga_nTuJn

* 노래를 재생하며 글을 읽어보세요.

* 글 중간에 삽입된 이미지는 ai 생성기술로 제작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S대 입학은 그에게는 굉장한 자부심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곳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일이었으랴.

물론 부모님께서 너무나 기뻐하시고 축하해주신 점은 스스로도 뿌듯하고 또 감사했다.

그러나 그가 자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그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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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긴 생머리와 뽀얀 피부로 뭇남성들이 모두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조막만한 얼굴 위에 얹어진 검은 뿔테안경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하얗게 할뿐더러, 같은 반 친구들 마음까지 하얗게 만들어 버렸다. 수학 시간이 끝날때마다 반 아이들은 그녀 이야기를 하기 바빴고, 그 또한 그녀 생각만 가득했다. 그러나 그는 덩치에 비해 유난히 수줍음이 많은 소년이었기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그러다가 남고 특유의 선 넘는 희롱이 나오면, 그는 속에서 천불이 났다. 내가 운동을 일찍 시작했더라면 지금 이놈들은 이자리에서 아주 혼쭐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는 마음으로 삭힐 수 밖에 없었다. 순결하고 고귀한 그녀는 이런 나쁜놈들을 절대로 만나면 안된다. 나처럼 순수하게 그녀를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만이 그녀를 지킬 수 있다. 그러려면 그녀 눈에 들어야 한다. 하지만 숫기없고 조용한 나를 그녀가 기억할 리는 없을 터. 그럼 수학을 잘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수학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시대에서 그는 유독 수학을 잘하지 못했다. 수학만 해결된다면 명문대도 노릴 수 있을만큼의 성적이었다. 당연히 고민이 많았고, 부모님도 압박을 많이 주셨다. 그렇기에 수학 성적만 잘 나와준다면, 입시 문제도 해결될 뿐더러 그녀의 눈에 들수도 있다. 그래 결국 수학이다. 수학만이 나의 살길이다. 그렇게 그는 미친듯이 수학을 파고 들었다. 그녀의 등장은 그에게 지금껏 통틀어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수학을 시작한 그는 쇠뿔도 단김에 빼랬듯, 교무실을 찾아가는 날이 많아졌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한달 후에 떠난다. 그럼 더더욱 자주 부딪혀야하지 않을까. 수동적인 그는 능동적인 학생이 되어갔고, 행렬로 시작했던 질문은 삼각함수로 끝이 났다. 나의 괴롭힘에도 친절히 알려주던 그녀는, 이제 내일부터는 다른 쌤한테 여쭤봐야겠네, 라며 장난어린 웃음을 보였다. 그래도 쌤이 좋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고백은 이것 뿐이었다.

"저도 수학과 가고싶어요."






그녀는 학교로 돌아갔고, 그의 수험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녀를 다시 만나려면 S대 수학과에 가야했고, 너무 높은 학교이기에 수능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이제 2학년 1학기 6월이지만, 6월 모의평가를 생각하면 지금부터 서둘러야한다. 1년에 개념 정독부터 모든 승부를 보고, 남은 5개월은 파이널에 몰입한다. 끝장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부모님께 결심을 말씀드렸다. 당연히 기뻐하시던 두분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셨다. 일반적인 커리큘럼보다 훨씬 앞당겨 잡은 빡빡한 일정 때문에 그를 받아주는 학원은 사실상 없었다. 몇 군데 테스트 및 상담을 받았으나 성에 차지는 않았고, 결국 부모님께 과외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열심히 할뿐더러 의지까지 확고한 자식이 기특했는지, 부모님은 S대 출신 선생님들만 찾아나섰다. 그가 부탁드린지 2주만에 선생님이 구해졌다. 수학을 전공하신 여자 분이며, 매주 월,수,금 저녁 수업이라 했다.


그렇게 방학이 되자마자 대망의 첫 수업날이 되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안녕, 인사하며 들어온 사람은 다름아닌 그녀였다.






그녀가 학교에 있었던 것은 5월, 우리집에 와 있는 지금은 7월이다. 두 달만에 그녀가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너무 놀랐으나, 그녀도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둘은 그렇게 몇 분을 대치했다. 어머 이렇게 만나네, 침묵을 깨던건 그녀였다. 억지 웃음을 짓던 그녀는, 선생님 안 보고 싶었니? 라고 물으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좋은 향이 나던 그녀는 이제 더 빡세게 할거라고 대뜸 그를 혼냈다. 좋아하는 마음과 별개로, 그는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녀를 다시 만났고, 이건 엄청난 기회인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녀가 내 앞에 숨쉬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번 방학 때 모든 걸 불태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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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목소리가 유독 예뻤다. 물론 그에 눈에는 다 예뻤지만 말이다. 꾀꼬리 같은 음성으로 이야기하는 사인, 코사인은 어떨 때는 집중이 되지 않았다. 미분을 탐구해야 했지만 미모를 탐방했으며, 적분을 익혀야 했지만 정분이 날 것만 같았다. 한창 왕성하던 그에게 미모의 선생님은 너무나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성의 끈은 놓지 않았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선, 지금은 참아야 한다. 내 실력을 올려서, 그녀의 후배가 되어야 한다.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재학중이다. 그 대학의 입결은 너무 높다. 난 지금보다 죽어라 공부해야한다. 그렇게 다짐하며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수업은 주로 밤 늦게 끝났다. 그래서 그는 정류장까지 그녀를 배웅하는 것을 자처했다. 뭐야 보디가드 해주는거야? 라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같이 걸을 때는 수업할 때보다 더 좋았다. 같이 걸으며 어쩌다 부딪히는 살결에 그는 온몸이 찌릿찌릿하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그였지만, 사실 아무렇지 않지 않았다. 여느 연인들처럼 손잡고 걷고 싶은 길이었다. 살랑이던 여름밤의 바람이 불던 어느 날, 그녀가 파동을 일으켰다.


야,


순간 그는 너무 떨렸다. 네, 라고 대답했지만, 오늘 배운 삼각치환법을 꼭 기억하라고 하실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다음 말은 그가 생에 영원히 잊지 못할 말이 되었다.



나만 기분이 이상해?



그렇게 그 방학은,

그의 학창시절 중 가장 뜨거운 여름이 되었다.



-------------------------------(中)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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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감성적인 선율과 시 같은 가사가 인상적인 가수, 에피톤프로젝트의 <첫사랑>입니다.

저는 에피톤프로젝트를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라는 곡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저에게 많은 감성을 가져다 준 고마운 가수입니다. 새벽에 몽글해지는 플레이리스트에는 항상 에피톤프로젝트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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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에피톤프로젝트의 <첫사랑>은 2018년도에 발표된 <마음속의 단어들>이라는 정규 4집 앨범의 타이틀 곡입니다.

늘 지워지지 않는 처음에 대한 마음과 사랑을 담은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에 가수이자 배우인 수지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도 아름다운 선율과 노랫말로 향수를 자극했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곡이에요. 드라마 OST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첫사랑은 말 그대로 처음이니, 매일이 첫사랑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갔고, 이젠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런 솜사탕 같은 덧없음을 '봄눈'이라는 단어로 함축한 것 같았습니다. 바람 불어올즘이면 마음이 이상해지는 그 사람. 사랑은 외롭고, 인생은 어렵습니다. 함께 했던 날들은 그래서 이따금씩 떠오르는 것만 같네요. 슬퍼 울던 밤도, 비틀 대던 그밤도 이제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여기에 남아 있는 그 사람. 숨이 벅차오르던 기억은 이렇게 날 숨쉬게 합니다.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 - 마음속의 단어들
서른이 넘고, 처음으로 연락처 정리를 했습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이름들을 꽤나 오래 붙잡고 살았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또 어쩌다보니 헤어졌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마음이 지치는 날, 잊고 있던 처음은 그렇게 불쑥 찾아옵니다.

당신의 처음은, 그리고 첫사랑은, 어떤가요?




노래가 만든 이야기의 세 번째 이야기, 에피톤프로젝트의 <첫사랑>이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상,중,하편으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노래가 만든 이야기> 연작은 매주 금요일 발행됩니다.





에피톤프로젝트 <첫사랑>

처음, 널 만나던 그 순간

숨이 벅차오르던 기억

혹시 네가 들었을까 봐

들켰을까 봐 마음 졸이던 날, 기억해

넌 참 목소리가 좋았어

같이 걸을 때 더 좋았어

그래, 그럴 때가 있었어

가슴 시리게, 사랑했었던 날 있었어

넌 나에게 매일 첫사랑

봄눈이 오듯 그렇게 나는 기다려

설레이던 그날도, 취했었던 그 밤도

마음이 이상해, 바람 불어올 즘이면

넌 나에게 매일 첫사랑

봄눈이 오듯 그렇게 나는 기다려

슬퍼 울던 그날도, 비틀대던 그 밤도

마음이 이상해, 바람 불어올 즘이면. 여전히

때로, 사랑은 참 외로워

그래, 삶이란 늘 어려워

알아, 우리 함께 했던 날

가슴 시리게, 사랑했었던 날 있었어

넌 나에게 매일 첫사랑

봄눈이 오듯 그렇게 나는 기다려

설레이던 그날도, 취했었던 그 밤도

마음이 이상해, 바람 불어올 즘이면

넌 나에게 매일 첫사랑

봄눈이 오듯 그렇게 나는 기다려

슬퍼 울던 그날도, 비틀대던 그 밤도

마음이 이상해, 바람 불어올 즘이면.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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