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치킨집에서

모든 것은 결국, 마음의 문제

by 제이앤


말은 안 했지만 오늘 너희가 먹은 치킨, 버릴까, 나 혼자 다 먹어 버릴까를 가지고 오는 내내 고민했다. 닭이 잘 못 한 건 하나도 없다. 닭을 튀기는 주방 분위기가 살벌해서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닭튀김을 내 자식들에게 먹여야 하나? 그런 고민.




많은 닭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햇빛도 볼 수 없는 아파트형 축사에서 알을 낳기 위해 키워지다가 도축되는 현실, 들어서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 이 치킨가게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란 닭을 깨끗한 기름에 튀겨낸다고 광고해서, 회사 근처에 오픈한 이후 가끔 이용해 왔다. 하지만 갈 때마다 주방의 풍경은 평화롭지 못했고, 기다리는 내내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 졸이면서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오늘도 주인장 아주머니와 주방 아주머니 사이에 흐르는 험악한 감정 기류는 홀에 흐르는 음악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아, 저 손님 체하면 어떡하지.' 손님들 눈치를 보는 건 주인장이 아니라 닭튀김을 기다리는 나였다.


정말 신기한 건, 전화가 오거나 손님이 들어오는 종소리가 들리면 주인장의 표정과 목소리가 순식간에 나긋나긋하게 바뀐다는 것이다. '아니, 저렇게 철저하게 얼굴 변신이 가능한 분이 어떻게 홀 손님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지?' 손님 응대가 끝나고 주방으로 가면 이내 표정이 일그러졌고 일하시는 아주머니를 타박했다. 모든 게 못마땅한지 하나하나 혼을 내더니만, 급기야는 탁탁 털고 있던 닭을 기름통에 내동댕이치고 나가버렸다. '헉, 저거 혹시 내 꺼 아니야?'


오늘 처음 간 곳이었다면 주방 아주머니가 뭔가 잘못했구나, 하고 생각했을 게다. 하지만 이번이 4번째. 이 곳이 오픈한지는 5개월 전. 주방 아주머니는 갈 때마다 다른 분이었고 오늘도 '아주머니 구함'이라는 공고문이 유리창에 붙어 있었다. 오늘이 유독 심했을 뿐, 갈 때마다 주방 아주머니는 구박을 당하는 분위기였다. 주인장이 뭔가 문제가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오늘도 마음을 잘 다스려야지 말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자기 돈을 주고 부리는 사람이라 기분대로 맘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사업을 운영하면서 겪는 자기 스트레스를 일하는 사람에게 풀어 버리는 모양새 같기도 했다. 운전에 숙련된 베테랑 남편이 아내의 서툰 운전 솜씨를 못 참고 짜증을 내는, 뭐 그런 건가? 맘에 안 들면 다른 사람 구하면 된다는, 편리한 생각도 한몫하고 있을 거고. 아무튼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너무 안쓰러웠고 주인장의 모습은 못내 안타까웠다. (손님들은 무지하게 불편했지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혹시 그 주인장처럼 너희를 하나하나 간섭하면서 타박하고 있는 건 아닌지. 최근 들어 너희들에게 부쩍 잔소리하고 버럭 한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내가 지혜롭게 해소해야 할 '내 몫의 스트레스와 불안한 심리'를 죄 없는 너희들에게 떠넘기고 풀어버린 건 아닌지, 거듭 살펴보니 저절로 반성이 되었다. (치킨집 사장님, 우리 앞으로 마인드 컨트롤 잘 해 보아요. 서운한 감정이 깊어지면 직원들도 자식들도 벽이 생기고 마음이 떠나요.)


아무튼 말이야, 얘들아. 너희들 중에 훗날 요식업을 할 사람이 있거든, 명심해라.(셰프가 한 명 나올까?)

행복하게 자란 닭도 중요하지만,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튀겨져야 닭도, 직원도, 손님도, 너희도 보람 있다는 사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고, 그게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 말이다.



* 자녀들의 성장에 '어떻게든' 함께 하고픈 아빠가, 일상 가운데서 길어 올린 단상을 가벼운 토막글로 엮어 전합니다.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아빠의 마음과 생각들이 때에 맞게 흘러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흘러가 닿아서 또 다른 생각을 듣고 배울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요.

글 속 삽화는 아이들이 그립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과 그림이 시작된 배경이 좀 더 궁금하신 분은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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