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지탱해 주는 원동력, 감동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받은 감동의 힘'으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오전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느 학습지 교사 이야기다. 학생들 집을 일일이 방문해서 학습관리를 해주는 일인지라 밤늦게 퇴근하는 날이 잦았다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끼니를 챙겨주지 못하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라고 하는 일도 다반사였나 보다. 어느 날엔가 늦은 시간 집에 돌아와 주방에 쌓인 치킨이며 피자 상자를 보니, 왈칵 눈물이 솟아버렸단다. 다른 집 애들 관리해준다면서 정작 자신의 자녀들이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못내 괴롭고 속이 상해서였겠지.
그런 자신의 상한 마음을 허물없는 친구에게 털어놓았단다. 그 후 어느 날, "엄마, 00 이모가 집에 다녀가셨어. 반찬을 많이 해가지고 오셨어." 큰 딸아이가 전화로 친구가 다녀갔다고 알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를 듣고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얘는, 뭘 그런 걸 가지고. 몰랐어? 내가 니 마니또잖아." 전화를 끊고 이 엄마는 친구가 해 준 그 말이 참 좋아서 마음이 뭉클했단다. '내가 니 마니또잖아.'
신병 훈련소 시절, 너희 할머니가 보내준 편지(나중에 그 편지 이야기도 들려줄게.)를 받고 모포를 뒤집어쓰고 남몰래 울고 또 운 적이 있다.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도, 그 편지에 적힌 한 토막 문장으로 군생활을 거뜬히 해냈다고 생각한다. 너희들 큰 아빠가 입대하시기 전 날, 아빠 책상 위에 전기스탠드를 선물로 사다 놓고 포스트 잇에 짧은 메모를 적어 둔 것도 생각난다. "사랑하는 동생아, 이 스탠드 밑에서 네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 이 놈아, 형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잘 몰랐는데, 그때 알게 됐다.)
내 생각엔 분명 사람은 감동을 받은 기억, 그 힘으로 살아가는 게 틀림없다. 글쎄다, 사명도 있고 책임도 있고 꿈도 있고.... 사람을 살게 하는 것들은 다양하겠지만, 감동을 받은 기억도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임은 부인할 수 없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던 그 학습지 선생님도 친구로부터 받은 그 감동으로 고단한 삶을 이겨낼 것이다. 엉엉 울고 싶고 다 놓아 버리고 싶은 날도 있지만,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감동은 오늘이라는 한 페이지를 (힘겹더라도) 써 내려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감동이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인생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이런 기쁨을 셀 수 없이 맛보기를 바란다. 하지만 얘들아, 기억할 게 있다. 감동은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기 때문에, 마음을 잘 살피는 일이 우선이다. 시간을 내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필수다.
자, 엄마가 오늘 피곤해 보인다. 이제 엄마를 위해 설거지를 해보자. 시간을 내렴.
* 자녀들의 성장에 '어떻게든' 함께 하고픈 아빠가, 일상 가운데서 길어 올린 단상을 가벼운 토막글로 엮어 전합니다.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아빠의 마음과 생각들이 때에 맞게 흘러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흘러가 닿아서 또 다른 생각을 듣고 배울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요.
글 속 삽화는 아이들이 그립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과 그림이 시작된 배경이 좀 더 궁금하신 분은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