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좋아할 때 생기는 마음의 파도에서 살아남는 법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동시에 얄궂다.
얄궂다라는 말은 야릇하고 짓궂다라는 뜻을 가졌는데 여기서 야릇하다는 것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이 묘하고 이상하다는 뜻이다. 무조건 반사처럼 떠오르는 그린 라이트나 핑크색 구름과는 다르게 그저 정의내리기 어려운 감정이라는 거다. 그와 동시에 짓궂단다. 장난스럽게 남을 괴롭고 귀찮게 해서 달갑지 않게 하는 그럼 감정.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정의내릴 수 없고 때로는 악의 없이 나를 귀찮고 괴롭게 만든다.
연애를 넘어서서 우리는 좋아하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 푸른 하늘, 비 내리는 오후를 좋아하기도 하고 소중한 친구들과 나누는 시시콜콜한 잡담도 좋아한다. 점심으로 먹는 신선한 샐러드도 좋아하고 자기 직전에 느껴지는 이불의 포근한 촉감도 좋아한다.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천지에 널려있는데 그것을 좋아하는 것에는 큰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 쌓여있으면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쉽게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사람을 사랑할 때, 친구 이상의 특별함을 기대하며 누군가와 관계를 지속해갈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존재를 사랑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주는 만큼 받고 싶어하고 적게 받는다고 느껴질 때는 불안함을 느낀다. 이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망상에 빠지기도 하고 더이상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일까 초조해진다. 한번 시작된 부정적인 생각은 오래 꼬리를 무는데 이러한 생각을 끊어내는 힘은 연습을 해야 길러진다. 원래부터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잘 안 물었던 사람들이라면 그저 부럽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옛 연인은 나에게 그렇게 가르쳤다.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산이 나에게 무엇을 해줘서가 아니라 산이 거기에 있어서 좋아하는 거라고. 그러니 있는 그대로, 그 존재를 좋아하라고. 정신 승리하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사실이 있다.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는게 어렵다고 해서 본인이 잘못을 하고 있다 혹은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랑 받고 싶은 건 너무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내가 받는 사랑과 받고 싶은 사랑의 크기는 언제나 똑같이 들어맞을 수도 없다. 내가 늘 받고 싶은 사랑의 크기는 100라고 가정할 때 어제 200을 받았다고 해서 나머지 100이 내일로 이월되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거다. 감정은 늘 순간순간 작용하기 때문에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그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지 시기와 질투를 하고 불안과 초조를 느낀다고 해서 잘못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 마음에는 여러 종류의 파도가 친다. 슬픔의 파도, 기쁨의 파도, 분노의 파도 등 온갖 파도들이 몰아친다. 사람마다 파도의 파고도 다르고 파도가 지속되는 시간도 다르다. 하지만 모두에게 중요한 건 이 파도를 어떻게 타느냐다. 바람이 이렇게 불 때 어떤 마음으로 파도 위에 올라설까? 이 파도 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어쩌면 파도를 불러 일으키는 것도 나지만 이왕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면 여기서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자. 파도가 왜, 언제까지 치는지 알려고 파고들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