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파리 7
사람들은 꼭 누군가를 만나거나 약속이 있거나 혹은 데이트를 할 때에 주로 ‘맛집’을 검색한다. 맛집이라는것이 표준어로 등극된 단어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이 쓰이는 단어라는 것은 확실하다. 나도 여느 사람들처럼 맛집 찾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워낙 게으른 탓에 ‘여행’이라 정의하고 떠나는 길이 아니면 외출을 잘 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도 퇴근 후로 한정되어 있었기에 맛집 탐방은 자주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여행, 특히 해외 여행을 나가면 유독 맛집을 찾곤 했다. 항상 여행가는 나라의 여행 가이드 책을 사서 습관처럼 공부했고 경로를 짜면서 제일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식당이었다. 하루에 세 끼만 먹기에는 너무도 아까웠고 이왕 먹을 거 무조건 맛있고 좋은 음식을 찾아 먹자는 게 나의 여행 신념 중 하나였다.
워낙 빠른 결정과 급작스러웠던 퇴사로 인해 세세한 여행 계획을 짜지 못했기에 선택한 파리의 한인 민박은 좋은 시작이 되었고, 내가 아닌 다른 여행객들에 의해 좋은 식당까지도 갈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파리에서의 레스토랑은, 사랑해 벽 근처에 있던 달팽이요리 식당이었다. 물론 이 곳 역시 내가 찾은 곳은 아니었다. 심한 감기 기운에 오전 내 숙소에서 쉬다가 사랑해 벽과 몽마르뜨 언덕을 보기 위해 나선 나는 함께 구경을 하기로 한 친구들과 조금 늦은 점심으로 달팽이 요리를 먹어보기로 했다. 프랑스 음식이라 하면 단연 달팽이 요리를 떠올리지만 내가 정말로 달팽이 요리를 먹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마 혼자 식당을 갔더라면 먹지 않았을 것이다. 외형이 이상하게 생긴 음식은 먹기도 전에 진저리 치던 나였기에 한국에서도 골뱅이와 같은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세 명이라서 각기 다른 음식을 세 개 시켰고 그 중 달팽이 요리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에스카르고라고 불렸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좋은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혼자만의 여행은 어떤 것에 구애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았지만, 식사를 할 때만큼은 꼭 누군가와 함께인 것이 장점이 되었다. 우리가 시킨 음식은 6마리의 달팽이, 데리야끼 소스가 일품이었던 오리 스테이크, 그리고 감히 상상도 못했던 푸아그라 샐러드였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비주얼에 충격을 먹은 나는 한 마리의 달팽이도 먹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왔는데 안 먹어보면 후회할 거라며 손수 달팽이를 꺼내 먹여준 한 귀여운 친구 때문에 딱, 한 마리를 먹었다. 물론,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건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먹여주더라도 먹기 어려운 모양새와 맛이었다. 그저 엄청난 결심 끝에 온 곳에서의 대단한 음식 중 하나로 기억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함께 식사를 한 두 친구와는 벌써 두 번째 식사였다. 마음씨도 게다가 외모까지도 너무 예쁜 동생들이라서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웠는가 보다.
이 긴 여행의대부분이 좋았듯 내게는 전부 잊을 수 없는 식사였지만, 보다 선명하고 보다 더 맛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와함께여서가 아니었을까. 함께라서 즐거움과 동시에, 한국에있는 내 사람들과의 따듯한 밥 한끼가 그리워지는 시간이었다. 그 많은 날들 중 겨우 한 달 한국을 떠났고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멀어졌을 뿐인데 이토록 애틋하고 그리울 수가 없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만든 인연도 좋고 또 값진 것이었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해 온가족과 친구들과의 시간이 그렇게 소중한 줄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 아니길 바랐다. 돌아가면 꼭 고마운 사람들과 평범하지만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요즘 사람들의 ‘밥 한 번 먹자.’는 짧은 인사말이 정말이지 가식적이고 너무나도 형식적이라 싫었다. 매일 같이 먹는 밥이고 식사라서 그냥 단순하게 지나가는 인사말이 되는 것이 마음 아팠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비단 단순히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과 진하고 깊은 교감을 하는 시간을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말했다. 그저, 언제 밥 한 번 먹자고. (혹은, 술 한 잔 하자고. 물론 결코 한 잔으로 끝나지는 않지만 말이다.)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변함에 따라 ‘혼밥’이라는 것도 유행하기 시작했기에 누군가와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까지도 쪼개고 나누어야 하는 일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더더욱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말을 쉽게 꺼낼 수도 또 쉽게 내뱉어서도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게는 단지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지나가는, 한 끼에 불과한 사료가 아니니까 말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을 귀국 후 다시 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에 있는 아이도 있고 또 거리가 너무 멀어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도 있었으니까. 물론 시간이 서로 잘 맞아서 두 어 번 만난 사람들도 있었다. 못 만난 친구들이 아쉽긴 하지만 여적 연락을 한다는 것은 언제가는 꼭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기도 했다. 인연이란, 그런 것일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