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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Nov 18. 2018

향수

빛처럼, 잡을 수 없는 그 무엇에 대한 단상.

무슨 생각을 하며 그 향수를 손등에 뿌렸을까.
허나 다행스럽게도 그때 그 냄새가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어떤 오래된 추억에 젖어들 것 같아서,
얼른 앞으로 품고 살 다른 향을 손목 언저리에 다시 뿌렸다.

이상하게도 내가 품고 싶었던 향이 아니었다.


향수가 즐비한 그곳을 벗어나 찬바람을 맞았다.
콧물을 훔쳐내려다 알았다.
이제야 손등 깊이 스며든 쿨한 그 냄새는,
내 속의 어떤 추억들과 만나고야 말았다는 것을.
빛처럼 잡을 수 없는 그 시간들은,
그의 냄새는,
나도 모르는 새 깊숙이 파고 들어와 절대 떠나지 못한다는 것을.
번잡한 거리에서 콧물 따라 눈물을 흘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얼른 손목에 코를 대었다.

달디 단 새로운 향은,
나를 더 좋은 미래로 데려다 주지 않을까 해서.


앞으로 내가 느낄 냄새는 이제 이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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