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건 너의 내일> 출간 전 연재
나, J인데.
울림이 깊은 그의 목소리에 비로소 두 눈이 번쩍 떠졌다. 내 귀를 의심했지만 화면에 뜬 발신자는 누가 뭐래도 ‘하트’였다. 나는 곧바로 정자세로 앉아 공손하게 두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는 태연하게 안 잔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자고 있었어요?”
“아직 안 잤어요. 무슨 일이에요?”
“…….”
수화기 너머로 떨리는 그의 숨소리가 들렸고 촉이 왔다. 이 남자, 내 오랜 애정 공세에 드디어 넘어왔구나.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좋다고 대답하고 싶었으나 확실하게 고백하기 전까지 성급한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억겁의 시간이 이런 기분일까. 그가 다시 말을 잇기까지 고작 몇 초 남짓이었지만 핸드폰을 쥔 내 손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
수경씨, 나한테 왜 그래요?
왜 그렇게 나한테 잘해줘요?
왜 자꾸 뭐 부탁하고 먹을 거 챙겨주고 막 그래요?
새벽에 어울리는 달콤한 말로 고백할 거로 생각했던 내 예상을 깨고 J는 마치 항의라도 하듯 물었다.
“아니, 그게, 저…….”
“선물은 또 뭔데요? 원래 직원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그래요?”
며칠 전 메신저에 그의 생일이라고 뜨길래 작은 핸드크림을 선물했는데 그게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았다. 그간 나의 행동에 관해 추궁하듯 질문을 퍼붓는 J 때문에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오랫동안 참아왔던 속마음을 꺼내 보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