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건 너의 내일> 출간 전 연재
오늘 점심 약속 없으면 같이 밥 먹을까?
출근길에 J에게 물었으나 그는 미안한 듯 내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오늘은 점심에도 저녁에도 모두 약속이 있어 그럴 수 없다고.
그에게 바람을 맞고 나니 헛헛한 기분에 동료에게 오늘은 좀 맛있는 데서 점심을 먹자고 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회사 근처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서 들어가니 그곳에 J가 있었다. 그는 어떤 젊은 여자와 식사 중이었으며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약속 있다고 한 게 저 여자였어? 뭐가 그렇게 좋아서 해맑게 웃는 건데.
사내 연애를 들키지 않으려면 감정을 철저하게 숨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을 감추는 건 정말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같다. J는 끝내 함께 식사한 젊은 여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식당을 떠났고, 나는 스파게티를 절반이나 남기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