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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an 13. 2018

안녕, 낙엽.

나는 아직 가을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는데

돌아보니 이미 낙엽이 지고 있었다.

남들보다 느리게 느리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을까,

가을을 너무 좋아해 다가갈 수 없었던 것일까.

정말 몰랐는데 언제부턴가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에는 내 마음을 다 줄 수가 없었다.

그 끝에 있을 두려움을 너무 빨리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쓸쓸함이 먼저 떠오르는 가을이 좋은 이유는,

참으로 나와 닮아서였다.

그 허전함이 너무도 공감되어서였다.

가을에는 괜히 울어도 괜찮을 것만 같고,

혼자가 되어 외로워도 괜찮을 것만 같다.

이름 모를 그리움에 온통 붉어진 마음을 슬며시 보여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

가을은 누구에게나 기댈 수 있는 계절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이제는 캄캄하다.

그럼에도 이 계절이라 참 좋다.

캄캄해도 적당히 서늘해진 가을 밤바람에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가을 밤을 고이 접어, 안녕,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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