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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an 13. 2018

천고마비의 계절

한동안 여유를 찾을 길이 없어 만끽하지 못한,

서울 곳곳의 가을을 오늘에야 잡아두었다.

낮에 찾은 대학교는 보다 순수하고 어렸던 나를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으로 나를 보내주었다.

교정이 참으로 예뻤던 이유는 아주 잠시 머물다가기 때문이 아닐까.

가을도 그러한 연유로 아름다운 것이 되는 것만 같다.


어제 놓쳐버린 더패키지의 한 회를 오늘 보았다.

한 청년의 나레이션이 자꾸만 콕콕 마음을 간지럽혔다.

사랑도 결국에는 먹고 사는 일이란다.

헌데 그 먹고 사는 일이 힘들단다.

함께 먹은 무수했던 식사가 그리워졌다.

어렵고 힘들었던 한 끼 한 끼가 결국에는 모두 사랑이었구나 싶더라.

어쩌면 사랑은 정말로 일상적인 식사가 아닐까.

말 그대로 일상적인, 결코 없어서는 안되는.


가을은 식욕을 돋구어주는 계절,

그래서 말도 살찌우는 계절이라며 천고마비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따뜻하고 소박한 밥 한 끼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일 수 있고,

어쩌면 그 사랑이 더하고 더해

모든 이를 사랑으로 살찌우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 아닐까요.


그래서, 자꾸 내가 말라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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