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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an 13. 2018

쉬어가기2_순응

바람길을 따라 걸으니 온통 당신 생각 뿐입니다

웬일이냐며 마지못해 손을 흔드는 억새를 보고 있자니

사이에 숨어 환하게 웃던 당신이 떠오릅니다


흐르는 시간에 저항하려 발버둥치던 나는 이제

가만히 초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강처럼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만 봅니다

당신과 나 사이 바람결 따라 갈리는 듯 하여

부러 당신에게 꼭 붙어 있으려던 나는 더이상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조차 없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아

마음 한 구석이 또 아픕니다

떠올리려 애를 쓰니

손끝이 자꾸만 저려옵니다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눈을 감고 숨을 한 번 들이마십니다

반대로 반대로 걸으며 등 돌리던 바람을

그 바람 내음을

이제 온전히 마주합니다


네, 당신,

그런 사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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