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아 Jan 28. 2018

파란 수국

줄 서서 기다리는 내내 이토록 설렘.

왠지 빈손이기 싫어서 꽃을 샀다.

하필 수국을.

그것도 파란 수국.

나는 참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인 것 같다.

좋은 게 너무 티가 많이 나는 사람이다.

왠지 모르게 짧았던 줄에서 있는 동안,

내 순서가 너무 빨리 오는 것 같았다.


벌써 다섯 번 째다.

한 걸음 더 다가간 기분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토록 정성이고 사랑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모든 말에 따뜻함이 묻어났고 모든 눈빛이 설렘이었으며 모든 행동이 사랑이었다.


“이따 오나요?”

급하게 한 권 남은 시집을 사서 다시 줄을 섰고 사인을 받고 나니 물어보셨다.

내심 이번엔 오지 말라셔서 서운했는데…

이유가 어찌 됐든 먼저 손 내밀어주셔서 기뻤다.

그 손 너무 덥석잡았나.

내 이름을 몇 번이고 불러주어 술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 밤이었다.


요샛말로 참으로, 성덕이 되어야겠다고 매일 밤 다짐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면 원래 미치는 거 아닌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