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 보이는 사람의 비밀
누구에게나 걱정은 있다
외향적이지만 소심한 아이. 이 상반되는 두 단어로 나를 규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mbti 검사를 하면 나는 늘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E가 나오곤 한다. 사람들은 흔히들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하고,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나를 전혀 소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들 앞에서 에너제틱하게 떠들다가도 자기 전 떠오르는 뻘쭘했던 순간과 앞으로 닥쳐 올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던 날들도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 걱정은 나의 동력이 되어 밤마다 유튜브로 <~하는 방법>, <~하는 이유> 등의 자기 계발 채널들을 탐색했고 끊임없이 셀프로 자가 진단을 해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현실에서 큰 효과는 없었지만 나름 전문가들의 유튜브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은 되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참 많이 보인다.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맡은 일을 척척,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누가 만들었는지 기가 막힌 말이다)으로 하고, 주변의 인정을 받으며, 항상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 감탄을 하게 된다. 저렇게 완벽해 보이는 사람은 어떠한 걱정도 없을 것 같아서 더 부러워진다.
얼마 전 내가 애정하는 어떤 이로부터 뜻밖의 고백을 들었다. 요즘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고 걱정이 한가득이라는 것이다. 주변에서도 늘 잘한다고 인정받는 그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걱정인지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고민을 듣고서는 그만이 느끼는 심정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사실 빛에도 명암이 있듯이 걱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 노래에 나오는 완벽한 몸매의 여인도 아마 그 나름의 걱정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의 고충 같은. 다만 몸매만 칭찬하는 사람들 눈에는 그 걱정이 별 대수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배부른 투정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걱정은 경중을 따지거나 대수롭지 않다고 치부될 수 없는 영역이다. 사람마다 걱정을 대하는 역치와 기질이 다르기에. 또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인생에 찾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므로, 무던하다고 자신하는 사람들도 쉽게 걱정과 스트레스에 잠식 당해 공황이 오기도 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은 이제 꽤나 일상적이다.
나는 완벽을 추구했던 사람으로서 모든 사람에게는 걱정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니 걱정을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한 걸음 멀어졌다. 상황에 몰입된 나를 분리시키고 한걸음 뒤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남의 고민이다' 하고 바라보는 연습도 했다. 웃기게도 나와 상관없는 유럽의 한 여자의 고민이라고 생각하니 또 별로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고민도 많았다.
또 불안을 그대로 응시하고 직면하려는 시도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존버라고나 할까. 돌이켜보면 나의 걱정과 불안은 늘 남과 비교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걱정을 감내하는 시간이 고통스러웠지만 역설적으로 그 순간이 살면서 남이 아닌 나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던 때가 아닌가 싶다. 나에게로 집중된 관심은 종종 자책이나 후회로 이어지기 쉽지만, 이왕이면 좀 더 건강한 쪽으로 그 관심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를 애정하는 마음. 멋쩍은 자기 합리화일지라도 나만은 내 편이 되어주는 마음.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그 마음에 크게 자리 내주지 않고 일상을 지속한 것에 대한 격려 등..
나를 위한 시간을 견고하게 잘 보내는 것. 그런 마음가짐이 일상을 잘 살아가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이 가진 비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