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 썼어요!"

작심삼일을 매일 하자

by 너구리쌤

초등학생 때 받아쓰기를 하면 나는 맨날 60점-70점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 나이에 100점 맞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국어를 못한다고 생각했을 법도 한데 국어 선생님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웃기지만 나름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엄마는 글쓰기 학원 선생님이었다. 글쓰기를 싫어하던 아이도, 글을 못 쓰던 아이도 엄마에게 배우면 2-3년 안에 원고지를 10장씩 쓰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는 걸로 유명했다. 그렇게 글을 잘 쓰게 되어 논술로 좋은 대학에 간 학생들도 많았다. 엄마의 교육 비법은 단 하나였다.


"참 잘 썼어요!"


그 당시 나는 맞춤법이 틀려도, 문맥에 안 맞는 말이 있어도 원고지 끝에 쓰여 있는 "참 잘 썼어요!"라는 말을 볼 때면 내가 글을 꽤 잘 쓰는 줄 알고 계속 내 글을 읽었고, 더욱 신이 나서 글을 썼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진짜 글을 잘 썼던 것이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또 글쓰기가 어렵지 않음을 알려주기 위한 엄마만의 방법이었다. (부족한 글에 첨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교사가 된 지금 새삼 깨닫는다.)


그런 교육 방식이 통했는지 글을 잘 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많은 글쓰기 대회에 도전해서 운이 좋게도 종종 상을 받았다.

책이 좋아 글이 좋아 국문과에 진학하고 나서야 현실을 깨달았다.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이 국문과에는 차고도 넘쳤다. 친구들의 글과 비교하면 내 글은 초등학생이 쓴 수필 같았다. 이 정도로는 어디 가서 글로 밥 벌어먹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글쓰기에 자신감과 흥미를 잃고 말았다.


글을 손에서 놓은 지 10년이 넘자, 더 이상 글이 술술 써지지 않았다. 매년 새해 다짐으로 글을 쓰자라고 다짐해도 작심삼일일 뿐이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리 글을 써도 만족스럽지가 않았고 내 글이 형편없게 느껴졌다.


솔직한 글이 가장 좋은 글이며, 감동과 재미없는 글은 아무리 유명한 작가가 썼다 하더라도 좋은 글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런 글을 뽑아내지 못할 때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노트북을 덮곤 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도 책을 내겠다는 포부가 있었지만, 꾸준히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즐겁고 슬프고 감동적인 일이 없다면 글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엉덩이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웠다.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나의 작년 다짐은 초라한 작심삼일로 끝났다.


올 초 함께하고 있는 교사 모임인 교사성장학교에서 글쓰기 소모임을 한다는 공지를 보았다. 매일 글을 쓰겠다는 다짐은 절대 혼자 완주할 수 없는 계획임을 알기에 글쓰기 모임에 들어갔다. 초반이라 선생님들이 열심히 필사를 해서 글을 올리신다. 마음 한편에 나도 얼른 글을 써야지하는 마음이 든다. 좋은 자극이다. 작심삼일을 121번을 하면 365일인데, 올해 121번의 작심삼일을 할 예정이다.


어쩌면 쓰기의 본질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그 이전에, 쓴다는 행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꾸준히 즐기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위해 오늘은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참 잘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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