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by 거의모든것의리뷰

해가 지면 춥지만 해가 있을 때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이 찾아왔다. 곧 떠날 계절이지만 그 순간은 그 어느 계절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가득 찬 것 같이 맑고 깨끗하다.


어떤 계절이 젤 좋아?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누군가 '가을'이라고 답하면 이해하지 못했다. 대게 어른들의 대답이었던 가을은 여름처럼 물놀이를 하기도 어렵고 겨울처럼 눈이 와서 집 앞에서 썰매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별 특색이 없는 계절로 2학기가 시작되어 9월은 사실 3분기의 시작이지만 1년의 절반을 의미하는 계절이었다. 천고마비,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을 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던 계절의 아름다움을 드디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공원에 않아있자면 벌레도, 더위도, 추위도 아무런 방해요소가 없는 공간에서 오로지 책에 집중할 수 있는 바람과 온도를 가을이 갖고 있기 때문에 독서의 계절이 되었을 것이다.


여름과 겨울이라는 극과 극에서 벗어나 가만히 공원에 앉아 멍을 때리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가을이라는 계절은 초록색과 흰색의 가로수들을 여름 내 광합성을 하며 일한 나뭇잎에게 빨간색과 노란색 옷을 입히고 드넓은 들판의 벼들은 1년간의 고생 끝에 거북목이 된 채 황금빛 왕관을 수여받는다. 동물들도 겨울을 위한 먹이를 모으기 위해 가장 바쁜 날들을 이어나간다.


모든 자연이 1년을 수확하는 계절에 묻는다. 나는 무엇을 수확할 수 있는가? 나의 봄과 여름은 가을에 무엇을 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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