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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Oct 26. 2023

한글

이득일까

며칠 전 인스타그램의 돋보기에서 보았던 한 글이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가 우리나라의 글자를 가진 게 이득인가?"



글의 요지는 이러했다. 한글을 쓰는 게 우리나라 시장에서 이득인지, 여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 한글이 없었다면 중국어나 영어를 차용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국제적 경쟁력의 관점에서 한글보다 이득이 아닐까 하는 글이었다.



누군가는 세종대왕님이 무덤에서 오열하겠다는 댓글을 달았지만, 만약 모국어가 영어였다면 논문을 읽고 쓰거나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을 때, 외국과의 계약을 진행할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국제적인 경쟁력이 강화되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기에 영어나 중국어를 사용했다면 더 넓은 시장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글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하나의 문화를 생성한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행어들을 비롯한 말들은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도 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 언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특히 대중매체의 노출이 가장 많은 노래, 드라마 등의 대중문화와 시청자들은 몇십 년 전만 해도 자막이 없었기 때문에 언어를 알아야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에서 만일 영어를 사용했다면, 많은 다른 나라들이 그렇듯 스스로의 영화산업이나 드라마 산업을 발전시킬 기회를 잃어버렸을 것이다. 오징어게임이나 기생충 같은 산업이 성장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언어의 장벽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기업은 네이버이다. 네이버는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검색엔진이다. 전 세계 검색엔진들의 선두주자인 구글에 우리나라 시장이 먹히지 않은 이유는 한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검색 엔진이 하나 둘 사라져 갔던 이유는 정보의 양과 질에서 구글이 압도적 성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글 검색에 대한 구글 알고리즘이 영어만큼 강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네이버 지식인등 충분한 모수가 쌓여있는 한글자료들이 네이버라는 기업이 존속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과연 영어를 사용했다면 네이버가 구글을 이길 수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한국인의 교육에 대한 열정 덕분에 우리나라는 빠르게 상당수의 고급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너무 많아 문제긴 하지만 한창 성장이 필요한 과거에는 인력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인력들의 상당수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남아있어야 했다. 미국으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사람도 많았지만, 힘든 학구열이었다면 개인적으로 인도처럼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성공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었겠지만 국가적 입장에서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인력유출에 대한 장벽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세종대왕이 거의 혼자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는 한글은, 어떻게 이걸 만들었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요즘 아파트이름이나 카페이름을 보면 거의 모든 간판이 영어인 게 너무 아쉬울 정도다. 근데 왜 아파트이름은 영언데 이걸 한글로 적어놓는지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반포동 리버파크 아파트는 왜 리버파크 4글자를 아파트에 붙여놓는지,,, 다른 단어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튼 한글날, 출근을 하지만 또 다른 연휴를 선물해 줘서 세종대왕께 정말 감사하다. 글도 만들어, 공휴일도 만들어줘, 대왕이라는 칭호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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