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 - 커피타임

잠깐의 자유

by 거의모든것의리뷰

회사를 가기 전에는 그렇게 많이 먹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유난히 커피를 많이 마시게 되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 커피를 먹는 시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점심 식사 이후의 정기적 커피타임과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비정기적 커피타임으로 나눌 수 있다.


가끔 오전에 아주 큰 일, 코스피가 12%가 폭락의 좌절이나, 극적인 wbc 호주전의 승리를 되새기는 감탄을 내뱉으며 스몰토크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오전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만 두드리는 소리가 사무실의 적막을 유지한다. 점심시간만을 기다리며.


점심을 먹은 뒤 자연스레 발걸음은 커피를 사기 위해 카페로 향한다. 누가 가자고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제는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그렇게 맛있는 커피는 아니다. 그냥, 회사 근처에서 파는 커피, 적당한 가격과 적당한 거리에 있는 카페는 주말에 찾아가는 특별히 맛있는 디저트를 맛볼 수 있거나, 특별한 커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먹는다. 맛 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냥 먹는다.


그 시간만큼은 회사 안에 있어도 회사 밖에 있는 듯,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회사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을 돌파하면서 뒤늦게 본 누군가의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는 꽤 냉정한 이야기, 이란과 미국의 전쟁으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누군가의 투자 이야기 등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구나 싶다. 카페인의 위력 때문인 건지, 점심시간이 주는 약간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함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침에 어떻게 다들 참고 있었지?


두 번째는 비정기적인 커피타임이다. 가끔 동기들과 얼떨결에 시간이 맞거나 점심의 카페인이 나를 깨워주기엔 부족했을 때, 주말이 단 하루 남은 왠지 일을 하기 싫은 금요일 오후 커피타임을 갖는다. 어느 한 사람으로부터 메신저가 시작된다. "2시에 커타?" 누군가의 졸린 눈이 다시 반짝여지며 주위를 살펴보며 슬며시 웃음 짓는다. 남들은 모를 기쁨이 차오른다. 2시라니 딱 좋다. 국정원이 된 듯 조심스럽고 민첩하게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너무 다 같이 동시에 가면 수상하니, 한 명 한 명 스르륵 구속복을 벗어던진다.


약간의 일탈처럼 느껴지는 커피타임은 시간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눈치는 암묵적으로 30분 내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비정기적 커피타임은 정규적 커피타임과는 결이 매우 다르다. 약간의 죄책감과 함께 느껴지는 더 큰 자유를 맛볼 수 있다. 유난히 푸른 하늘과 곧 다가올 주말과 봄에 대한 기대가 뒤엉켜 커피의 풍미를 한층 올린다. 팀 동료들과는 하지 않았던, 우리만의 이야기들을 가끔 주위를 경계하며 속이 잠시나마 후련할 때까지 내뱉는다. 커피 향기가 익숙해져 이제는 카페인을 마시는 느낌 만들 무렵, 사무실에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겁지만 조금만 더 참으면 퇴근이라는 사실에 설렘도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회사를 다니기 전에는 그렇게 커피를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어느새 빈 시간에 커피를 찾고 있다. 커피가 좋아진 건지, 그 시간이 좋아진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둘 다인가?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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