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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Nov 14. 2023

커피, 사투

아침

카페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맡게되는 향이 원두의 향일때,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병원이나 관공서같이 딱딱하고 너무 청결해서 아무 결점이 없어보이는 곳은 빨리 진료를 받고 일을 처리하고 나가고 싶다. 직원들의 친절과는 별개로 느껴지는  새하얀 냄새가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은 느낌을 주지만 카페에서의 커피냄새는 흔히 가을을 가리키는 그 주황색보단 진하고 고동색보다는 밝은 어느 집의 오래된 쇼파와 같은 형을 가진다.  조금 더 아늑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냄새가 나를 감싸안아 매료되면, 계획보다 더 오랜시간을 머물게 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따뜻한 아메리카노에서 더 극적으로 발현되는 커피의 향은 커피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냄새에 이끌려 맛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하지만 평일의 한국인은 이런 커피의 아늑함과는 사뭇 다르게 커피를 소비한다. 아침, 억지로 몸을 깨우고 정신까지 다시 깨우기 위한 아이스 아메라카노의 카페인을 들이부어 아침을 깨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겨울에도 수명을 다하지 않는 것은 사무실의 난방의 온기를 이겨내기 위함일것만 같다. 아침을 깨우기 위한 커피, 점심을 먹고 또 한번의 잠을 깨우기 위한, 전투 목적의 커피는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커피를 소비하는 국가중 하나로 만들었다.

매일매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붓던 습관의 영향으로 그 어떤 순간에도 아아를 찾게된 약간은 안타까운 현실에 카페인 소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디야를 필두로 한 매머드, 메가 커피 등 가성비 커피가 나오고 더 많은 카페인을 더 싼 값에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진정한 카페인의 민족이 되었다.

하루하루 커피를 무기삼아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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