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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Jan 08. 2024

얽매임


사람들은 보수적이다.



보수적이라는 건, 무언가를 지키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에겐 이 단어가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변화는 에너지의 소모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현 상황을 유지하고 지금 이 순간을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보수의 의미다. 특히 안정적 직업을 가지고 지금의 삶이 딱히 괴롭지도 않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삶이 나쁘지 않다고 느낄 때, 혹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힘들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때 현상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사소한 습관 하나만 바꾸는데도 적어도 3주는 걸린다고 하는데,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꾼다는 건 아주 커다란 용기와 의지를 담아내야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무언가에 얽매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묶여있지 않음에도 마음을 묶어버린, 나를 둘러싼 것들이 있다. 그러한 것들은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대게 내가 노력해서 이루어온 것들이거나 그로 인한 지금의 삶을 꽤나 안정적인 삶을 누리게 해주는 것들일 때 그런 요소를 포기한다고 생각했을 때의 이전의 누렸던 것들에 대한 상실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시도한다는 건 아주 대단한 일이다.



손실회피의 법칙에 따라 얻는 것에 따른 행복보다 잃는 것에 대한 고통이 약 2배 정도 큰 사람들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위해 뛰어든다는 점은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우물을 벗어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밧줄을 풀어야만 탈출할 수 있는 정도의 의지를 필요로 할 것이다.



비단 상황,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안 좋은 사람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혹시 더 나쁜 사람을 만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혹시 고쳐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 없는 기대를 걸면서 얽매이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내며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작질을, 스스로에 대한 가스라이팅을 시전하면서 말이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지만 지금 갖고 있는 것은 놓치고 싶지 않은 나에게 묻는다. 여기서 만족하냐고. 더 하고 싶은게 있지는 않냐고,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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