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수도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수많은 물자가 오고 갈 수 있는 도시의 요건을 만들어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강이다. 강원도에서 출발해 황해로 빠져나가는 긴 강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연차를 맞이하여 약속도 있겠다, 자전거를 타고 사당에서 합정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결정한다. 1시간의 긴 여정이었지만 평일 대낮의 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볼 일이 없으니,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일이었다. 사당에서 동작역까지 길게 늘어진 서울 시내를 따라 이제는 한강을 따라가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쯤, 동작에서 한강을 따라 난 길로 내려가 비로소 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간다.
평일 낮, 아직 퇴근을 하기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주말에 비해선 확연하게 적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화 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들에는 한강변을 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비슷하지만 다른 옷들을 입고 있는 것이 보인다. 걷거나 어디서 개발됐는지도 모를, 2인 이상의 자전거를 타는 커플들과 친구들도 역시 종종 보인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한강공원으로 이름 붙여진 여의도, 반포 등에서는 춥지도 않은지, 텐트 안에서 겨울의 바람을 막으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다.
두 무리의 오리들도 떼를 지어 유영하고 있다. 우연인지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는 건지는 몰라도 물의 흐름이나 공기의 흐름이나 비슷한 건지는 몰라도 새가 하늘을 날 때와 동일한 삼각형 두 개가 그려져 있는 걸 보며 일도 안 하는 저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문득 아마 지금 자전거를 타고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나를 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보이지 않는 어디선가 치열하게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다 겨우 사냥을 마치고 쉬고 있는 오리들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물에 떠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발아래의 사냥감을 사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강의 구경이 끝나고 다시 시내로 들어선다. 신호등도, 급회전도 없던 한강의 여유로움과 달리 꼬불꼬불 이어진 복잡한 도시의 길이 이어진다. 신호등을 마주치면 이 길이 맞는지 수시로 재확인해야 한다. 수많은 길이 놓여 있지만, 목적지를 향해가기 위해서는 가는 길마다 체크하고 뒤돌아보고 내비게이션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gps 가 잘 작동하는지 내가 있는 위치가 맞는지 불안해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하긴 했지만, 한강에서의 자전거를 탔던 시간이 훨씬 긴대도, 도시에서의 자전거가 더 피곤한 것 같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