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잘쓰는헤찌 Jan 02. 2022

올해의 나는

나의 변화

#1

“8천원입니다.”

입장료 8천원을 냈다.

눈 앞에는 내 키보다 큰 갈대밭과

드넓은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

근처에서 게장정식을 먹고 온 터라

걸을 만했으며


 2015년 1월의 겨울은 꽤나 포근하였다.

전라도의 대표 관광지라고 하여 온

순천만국가정원.


내가 이때 아니면 언제 또 전라도를 와보겠어.

 내 마지막 청춘의 내일로 여행은

 전라도 여행으로 해야지!

#2

“4천원이요"

입장료 4천원을 냈다.

여수시민 반값 할인을 받았다.

눈 앞에는 튼튼한 나뭇가지들이

잎을 털어내고 있다.


 근처에서 꼬막정식을 먹고 온 터라

뱃 속은 든든했으나 2021년 12월의 겨울은

너무 춥다.


근처에 산책하기 좋다고 해서

동료들과 온 순천만국가정원.


내가 전라도에서 평생 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6년 전을 느끼면서 걸어봐야지!

#3

“이름은 한여름의 오동도가 어때?”

신랑이 고민한 향수 이름을 제안한다.

우리는 5월부터 ‘퍼퓸디자이너학과’라는

수업을 들으며 향수 공부를 해왔다.


신랑은 상큼하고 가벼우며

시원한 느낌의 프루티,

시프레향을 좋아했다.


푸른 숲속을 알몸으로 거닐고 있는

느낌의 향에 만족하는 표정을 보인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나는 묵직하고 매혹적이며

오묘한 플로럴, 오리엔탈향을

좋아한다.


가을바람의 풍성하고 포근한 향이

다양한 자극으로 신비감을 준다.

신랑이 이어서 말한다.

“내가 서근이한테 물어봤는데, 스마트스토어할 때 쇼피라는 어플을 매개로 하면 해외까지 연계가 된대"

신랑이 창업을 준비해보자고 한다.

#4

30년이나 살던 주소를 올해 옮겼다.

처음으로 전입신고를 해 보았다.

인터넷으로 뚝딱뚝딱

몇 분 안 걸리더군.


등본을 떼어봤다.


 아빠에게서 처음 분리되어 나왔다.

그리고 혼인신고를 하였다.

 내 위에 아빠가 아닌 다른 이름이

세대주로 자리 잡았다.

기분이 오묘하다.


그 낯섦이 익숙해지기 전에 일을 시작하였고,

바쁘게 2021년이 흘러갔다.


내가 하는 일은 전국적으로 똑같을 줄

알았는데, 미묘하게 다르다.


특히 다같이 순번을 정하여 하던

아침교문지도와 야간자율학습감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어라? 나는 주요과목인데,

방과후를 안해도 되네?

11월 입시설명회

준비도 없네?

시간 외 근무를 한번도 안 하게 되니

꾸준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향기를 배웠다.


어릴 때 심심하면 친구들이랑 공방가서

 만들고 했던 ‘향수만들기’를 전문적으로

 다양하게 제작해보고 싶었다.


처음엔 그냥 전문적으로 무언가 배우고 싶었다.

내가 운동을 배워서 활력을 얻었던 것처럼

배움의 재미를 또 느끼고 싶었다.


어차피 내 본업과 다른 일은 공존할 수 없으니까.

다른 경제적 수단을 취할 수 없다.


그런데 무궁무진한 조향의 세계는

점점 더 흥미로웠고,

더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만든 것을 팔고 싶었다.

 내가 창업이라니?


창업하려면 사업자등록을 해야하고,

그러면 지금의 본업을 할 수 없는데?

 그리고 내가 열심히 일해도 돈을

잃을 수 있는 거잖아?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신랑이 이렇게 말한다.

“여보가 의지했던 부장님과 평생의 꿈이었던 정교사 자리를 내려두고 생판 모르는 지역으로 왔잖아.

내려온 것도 용기였잖아.


그리고 그 꿈을 이뤄봤기 때문에

미련없이 포기할 수도 있는 거야.


여보는 하나 파고 들면 끝을 보니까

창업도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해보고 안 되면 본업으로

돌아오면 되지.


자격증은 영원히 남아있고,

경력도 있잖아. 걱정할 것 없어.”

‘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책 한권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라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타인과의 만남은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삶의 방향을 바뀔 수도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2021년은 그런 해였다.

내가 실제로 창업을 하게 될지 말지는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어쩌면 초등학생 때부터

몸 담아온 환경에서 벗어날 생각을

해본 것이 의미 있는 게 아닌가.

#5

2009년 ㅇㅇ대학교 ㅇㅇ교육과 신입생.

2012년 ㅇㅇㅇ선생님 동료교사.

2014년 ㅇㅇ임용고사합격.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룬 지금,

2021년 새로운 도전들을 마주하다.

작가의 이전글 학교 앞 문방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