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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잘쓰는헤찌 Jul 22. 2022

2021년 이사한 H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방인의 모습으로써의 삶 1화

#1


RRRR-


헤찌선생님 되시나요?


네.


안녕하세요. 여긴 A고등학교입니다.


아, 제가 더 이상 경북에 살지 않아요.


네, 알겠습니다.



#2


B고등학교는 어딘가요?


ㄱ고등학교 말고는 전부 경북에 있습니다.


전남 사람이 아니에요?


작년에 여기로 시집 왔습니다.


그럼 여기 살고 있어요?


네. ㄴ아파트에 거주 중입니다. 가깝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경북 사람도 전남 사람도 아닌 요즘이다.

사투리는 반말에서 쉽게 나오는데,

이곳에서 반말할 대상은 남편 뿐이다.

그렇다고 서른살이 훌쩍 넘어서 온 이곳에서

전남 사투리가 느는 것도 아니다.


언어학을 전공한 능력을 내세워

대충 알아들을 뿐.



#1

2학기는 명예퇴직하는 선생님들과

임용고사를 준비하느라

학교 근무를 원하지 않는

기간제 선생님들의 시기다.


3년 넘게 업데이트 되지 않은

나의 경북 인력풀을 보고,

아직도 전화가 온다.


#2

꼭 와달라고 해서 가보면

저런 식이다.


일부가 허위로 주소를 적어놓고,

전국구로 원서 지원을 해서 그러리라.


이해를 해보려고 하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주민등록증이라도 보여줘야 하나.


ㄴ아파트에 거주 중이라고 해도

쉽게 믿지 않는 눈치다.


그래도 이곳이 좋다.

다정한 사람들의 눈짓이 좋고,

오밀조밀한 바다의 평온한 모습도 좋다.


물론 원래 내 고향도 좋다.

도덕적이고 당찬 사람들의 모습이 좋고,

드높은 산의 기상도 좋다.


열심히 현재를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 내가 익숙한 모습으로

'나'를 드러낼 거라 믿는다.


물론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애매하게 섞인다면,

그안에서 내가 살아낼 모습이

또 드러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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