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사랑 2화
말라꼬 비워두노. 아빠 별실로 쓰이소
아이다. 니 집에 오면 편히 쓰라꼬,
맨날 빗자루질하고 환기시킨다 아이가.
주말에 가끔 본가로 오면 내 방은 여전하다.
그 방은 결혼하기 전의 내 모습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듯,
내가 공부하던 책과 내가 쓰던 침대.
그리고 내 냄새가 그대로 담겨 있다.
해는 바뀌지 않았고,
외출 갔다 온 나를 기다렸던 듯
내 물건들은 그 자리
그대로 있다.
굳게 닫힌 문은 내가 연다.
호텔마냥 정갈하게 정리된 이불 위로
연주황빛 햇살이 내리쬔다.
아, 내 방이다.
내가 잠깐 오는 그 주말을 위해
아버지는 매일을 쓸고 환기를 시키고
다시 문을 굳게 닫으셨다.
마치 나 말고는 아무도 못 쓰게 하는 것처럼.
매일을 쓸고 닦고 환기 시키는 과정은
아버지가 매일 같이 하는 의식이었다.
그것은 출가해버린 딸을 그리워하는 과정이었다.
아버지만의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