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잘쓰는헤찌 Jul 26. 2022

33년째 다니고 있는 미용실의 원장님

부모님의 사랑 3화

땡큐! 됐다




뭐 자꾸 땡큐 카노. 길이 맞춰줄게.


내겐 오랜 기간 다니던 미용실이 있다.

그 원장님은 내 두상의 모양이나 가마의 위치를 기가 막히게 알고 있다.

또한 두피 마사지는 어찌나 환상적인가.

그 손맛을 못 잊어서 멀리 이사를 가도

주말에 꼭 예약을 하고 찾아온다.


작년에 자른 숏컷이 벌써 어깨를 뒤덮어서

삐죽삐죽 튀어나온다.


셀프로 다듬으려 했더니 영 고르지 못하다.

나 정도 손재주면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했는데,

원장님을 찾을 때가 되었다.


내가 봐왔던 30대의 원장님은

힘이 좋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파마를 말 때면 롯드랑 고무줄을 잡아달란 요청도 곧잘 하셨고,

중간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스크림을 사다주셨다.


그리고는 '평생 잘해줄게'를 약속하셨고,

그 말이 기분 좋았던 나는 그때 원장님만큼의 나이가 되었다.


원장님은 50대 중반이 되어 제법 흰머리도 희끗하고,

얼굴에는 세월을 다독인 흔적이 있다.


나는 어릴때처럼 머리 모양에 예민하지 ,

무릎이 좋지 않으신 원장님을 배려하려 했다.

대충 모양이 나오자 일어서려 했지만,

원장님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오랜만에 살결을 부비는 딸의 목덜미를 한번 더 만지고 싶어서,

딸의 쭉 뻗은 직모를 한번 더 쓸어주고 싶어서,

한참을 다듬다가,

길이를 맞추다가,

한번 더 빗어주다가

못내 아쉬워하며 가운을 벗겼다.

작가의 이전글 출가해버린 딸의 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