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사랑 3화
땡큐! 됐다
뭐 자꾸 땡큐 카노. 길이 맞춰줄게.
내겐 오랜 기간 다니던 미용실이 있다.
그 원장님은 내 두상의 모양이나 가마의 위치를 기가 막히게 알고 있다.
또한 두피 마사지는 어찌나 환상적인가.
그 손맛을 못 잊어서 멀리 이사를 가도
주말에 꼭 예약을 하고 찾아온다.
작년에 자른 숏컷이 벌써 어깨를 뒤덮어서
삐죽삐죽 튀어나온다.
셀프로 다듬으려 했더니 영 고르지 못하다.
나 정도 손재주면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했는데,
원장님을 찾을 때가 되었다.
내가 봐왔던 30대의 원장님은
힘이 좋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파마를 말 때면 롯드랑 고무줄을 잡아달란 요청도 곧잘 하셨고,
중간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스크림을 사다주셨다.
그리고는 '평생 잘해줄게'를 약속하셨고,
그 말이 기분 좋았던 나는 그때 원장님만큼의 나이가 되었다.
원장님은 50대 중반이 되어 제법 흰머리도 희끗하고,
얼굴에는 세월을 다독인 흔적이 있다.
나는 어릴때처럼 머리 모양에 예민하지 않았고,
무릎이 좋지 않으신 원장님을 배려하려 했다.
대충 모양이 나오자 일어서려 했지만,
원장님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오랜만에 살결을 부비는 딸의 목덜미를 한번 더 만지고 싶어서,
딸의 쭉 뻗은 직모를 한번 더 쓸어주고 싶어서,
한참을 다듬다가,
길이를 맞추다가,
한번 더 빗어주다가
못내 아쉬워하며 가운을 벗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