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삶은 ‘결핍’이 아닌 ‘선택’

by 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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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부부가 어딜 가나 공통적으로 듣는 질문이 “아이는요?” 이다. 내 또래 여성들이 만나면 가장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대화 주제가 아이와 가족 이야기다. 이때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어요.” 대답하는 순간 대화는 뚝 끊긴다. 상대방은 당연히 아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이 없는 완전한 삶>(사진)은 임상심리학자 엘렌 L. 워커가 자신처럼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어쩌다 보니 아이 없이 살게 된 사람들’, ‘스스로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게 된 사람들’로 구분하고 있다. 사정은 저마다 다르더라도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금의 삶이 결핍이 아닌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 속의 내용은 모두 미국 사회에서 아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큰 공감을 사는 이유는 젊은 세대의 낮은 출산율과 맞물려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0년 1.47명이던 출산율은 2015년 1.24명으로 줄어들어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OECD 국가 중 초저출산 나라는 11개국인데 이 중 유일하게 한국만 15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통계를 반영하듯 실제로 주변에서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부부들의 사는 모습은 다양하게 변했지만 아이가 없는 부부를 ‘비정상적인 가정’으로 인식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아이를 낳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지 않는 것과 반대로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늘 “왜?”라는 질문이 뒤따른다. 왜 안 낳느냐고 묻는데 속마음을 털어놓기는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이기적이고 냉소적인 여자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안쓰러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 불임인가 보구나. 슬프겠구나.’하고 일방적으로 재단하는 것만 같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커플들도 이 같은 편견에 힘들어하고 있다. 그들에게 워커 작가는 아이 없는 삶을 살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윤리적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또한 아이가 있어도 불행할 수 있듯이 아이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고 있다. 예컨대 이들에게 평일은 집중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이며 매일 저녁이 금요일 같다.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것은 물론 재정적으로도 안정적이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데 드는 돈을 둘만의 여행경비로 쓸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이 없는 삶이 장밋빛 인생인 것만은 아니다. 명절과 어버이날의 풍경이 여느 집과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때마다 갈 곳도, 올 사람도 없는 공허함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외로움과 공허함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결국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 옳은 길도 틀린 길도 없다.


워커 작가는 <아이 없는 완전한 삶>에서 단순하고도 명쾌한 담론을 제시한다. 출산과 양육은 인생의 필수 기본 코스가 아니라 ‘다른 경험’일 뿐이고 자신이 선택한대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면서 동시에 좋은 부모로서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일과 아이, 내 삶에 대한 우선순위와 중심가치가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했다면 아이를 보살피는 대신 일과 휴식, 취미생활, 자아실현에 골고루 시간을 할애하며 균형 있는 생활을 실천할 때이다.


아이를 낳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까 말까 하는 고민과는 수준이 다르다. 이미 결심한 사람도 ‘정말 아이 없이 살아도 괜찮을까’ ‘아이라는 끈이 없으면 부부가 오래 못 간다던데’ 같은 고민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면서 갈등하고 있다. 워커 작가가 만난 50대 여성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나는 내 인생이 좋아요. 정말 좋아요. 내가 선택한 것들로 이루어진 인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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