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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Mar 18. 2020

'파격의 K-장단 주인공' 전통타악연주자 김소라

'파격의 K-장단 바람 일으킨 주인공' 전통타악연주자 김소라  


“타악기를 연주하면서 스스로 비주류 음악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이런 마음이 오히려 해외로 진출하는 동기 부여가 됐죠. 해외에선 주류·비주류음악이 아닌 김소라의 장단에 집중해주거든요.” 

장구를 떠올리면, 풍물패가 화려하게 상모를 돌리고 있고 꽹과리가 연신 요란하게 박자를 맞추는 와중에 어쩌다 한 번씩 울리는 징이 그 요란함을 8분의 12박자로 정리한다. 여기서 장구는 가락을 거들뿐 큰 소리를 내거나 단독 연주되는 법이 없다. 신명을 돋우는 조연의 역할. 딱 거기까지가 우리가 생각하는 장구이다. 장구 하나만으로 연주 공연을 한다? 과연 가능할까 모두가 의심할 때, 김소라는 이 장구 장단으로 세계를 호령했다.  




장구로 전통음악의 세계화 이뤄
김소라가 세계 최대 월드뮤직엑스포 워맥스(WOMEX) 공식 쇼케이스 아티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가운데가 옴폭 들어간 모래시계 모양 북을 둘러메고 가느다란 나무 막대로 두드려대는 생경한 모습에 세계인은 놀랐다. 그 가락의 서정성에 한번 놀라고, 섬세한 음계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두드려 내는 소리에 어찌 황종·임종·태주·남려·고선 높낮이가 있단 말인가. 때려서 진동을 만드는 단순한 원리가 상상 이상의 울림을 전했다. 2018년, 이 무대가 해외활동의 신호탄이 됐다.  


동시에 캐나다 월드뮤직마켓인 문디알 몬트리올(Mundial Montreal North America World Music Summit) 공식 쇼케이스 무대에도 선정될 정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스스로 '비주류'라 칭하는 전통 타악이 오히려 국외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김소라는 음악은 언어이자 문화라고 강조한다.    


“그동안의 타악 음악은 풍물이나 모듬북처럼 단체 성향이 짙은 공연들이 주를 이루죠. 아니면 퍼포먼스 위주의 공연들이었고요. 관객들 또한 장구연주라고 하면 사물놀이, 풍물로만 인식하고 있어서 타악 음악의 다양함을 알릴 기회가 적었어요. 해외에서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배려가 느껴져요.” 




타악기로 단독 연주하는 경우 드물어 

지금까지 한국 아티스트들이 해외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을 해왔지만 타악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이 때문에 워맥스, 문디알 몬트리올 같은 유수의 해외 음악 마켓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공식 쇼케이스 아티스트로 선정되자 세계 음악계가 김소라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생경한 K-장단에 세계가 열광 

특히 지난해 7월, 유럽 최대 페스티벌인 워마드(WOMAD FESTIVAL U.K)는 그의 음악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됐다. 선입견 없이 장구 솔로곡을 진지하게 관람하는 모습, 야외 공연장의 격의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 생소한 동양 장단에 거리낌 없이 추임새를 넣는 모습 모두 감동이었다. 런던의 권위 있는 음악 웹진 뮤직옴(MusicOMH)은 “늘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워마드, 이번 축제의 스타 중 하나는 한국의 타악기 연주자 김소라(WOMAD always produces surprises and one of the stars of the festival this year (2019) is South Korean percussionist Kim So Ra)”라고 극찬했다.  



빗소리를 닮은 장구 소리 

장구소리는 빗소리를 연상시킨다. 한국 전통 악기는 대부분 나무나 가죽, 흙 등 자연에서 소재를 가져왔는데, 그 중 사물놀이에 쓰는 네 가지 악기가 각각 상징하는 힘이 있다. 꽹과리는 쨍한 소리를 낸다 하여 번개, 북은 두둥 소리를 낸다하여 구름, 징은 멀리 넓게 울린다하여 바람, 장구는 따닥 따닥 빗소리를 연상시킨다하여 비를 상징한다. 게다가 장구는 리듬꼴이 섬세하게 쪼개져 있어 눈을 감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처마 밑에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 같다.  


김소라 장구 프로젝트 <비가 올 징조> 

그래서 정한 주제가 <비가 올 징조(A Sign of Rain)>이다. 한국적인 흥을 세계 언어로 풀어내기에 더없이 좋은 주제이다. 이 주제는 사실 6년 전 일찌감치 기획한 공연이다. 2014년,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KPAC)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지낼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김소라 장구 프로젝트' 첫 공연인 '리듬 커넥션'과 두 번째 공연 '비가 올 징조'를 진행했다. 장구를 기본으로 기타, 색소폰, 일렉트릭 사운드를 결합했다. 장구가 다른 악기와 버무려질 때 장구는 반주 역할을 한다. 늘 선율 악기가 중심이었다. 김소라는 왜 타악기는 중심 역할을 할 수 없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리듬꼴을 더 세심하게 나누고, 치는 힘을 조절해 타악기의 소리를 변주했다. 선율이 없다는 점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라 흰 도화지 역할을 했다.   


“한국 장단은 완성도가 굉장히 높고 어느 음악과도 잘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단만으로만 구성된 음악과 선율이 함께 하는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한국의 전통장단의 매력을 보여드리고자 했죠. 많은 관객들이 공연에 집중해주시고 즐겨 주셔서 타악 음악만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김소라의 실험은 통했다. 세계 각종 페스티발에서 초청이 쏟아졌다. 지난해 8월 미국 필라델피아 포크 페스티벌, 아메리카 포크페스티벌, 예바 부에나 가든 페스티벌, 크리에이티브 얼라이언스 등 미국 동부 6개 도시 투어 공연을 마치자마자 9월부터는 뉴욕 링컨센터, 더 아츠센터 글로벌 루츠페스티벌, 시카고 월드뮤직페스티벌, 로터스 뮤직페스티벌, 캐나다 우먼스 퍼쿠션 페스티벌 등 북미 8개 도시 투어 공연을 했다. 유럽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영국, 폴란드, 프랑스 등 월드 투어 공연 일정을 숨가쁘게 이어갔다.    




자신에게만 집중하려 노력, 하루 8시간 이상 연습 

소라는 9살에 장구채를 처음 잡고 10살에 최고의 여성상쇠 유지화에 입문하고 정읍농악을 이수했다. 피고름이 맺히고 굳은살이 박이기를 반복하며 장구와 지지고 볶은 세월이 기십 년이다. 그만큼 무대 경력이 상당하다. 눈 뜨자마자 악보 없이 가락을 뚝딱 뽑아낼 정도로 베테랑 연주자이지만 아직까지도 하루 8시간 이상을 연습하는데 보낸다. 사람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연습과 공연에 쏟아붓다보면 몸과 마음에 탈진이 온다. 평소에 에너지를 잘 축적해 효율적으로 쓰는 연습을 한다. 불필요한 관심사를 줄이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요가를 시작했다. 명상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체력을 기른다. 


“연주자로서 항상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요. 전통타악기를 연주하는 전문 음악인으로 살면서 음악은 즐거움과 불안감을 동시에 주는 얄궂은 대상이에요.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 연습과 준비를 반복하죠. 많은 사람과 함께 호흡하며 즐거움을 찾습니다.” 


불안감과 즐거움 '흥'으로 표현 

15세기 정극인은 상춘곡에서 사물과 자아가 만나 하나가 되는 즐거움을 '흥'이라고 말했다. 불안감을 즐거움으로 표현하는 방법 중 음악만한 것이 없기에 그에게 음악은 '흥'과 같다. 소라의 꿈은 단순 명료하다. 한국 장단을 세계화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두고 앞으로도 계속 실험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 길에 타블라 리듬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인도 연주자와 협업할 것이고, 젬베 리듬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아프리카 연주자를 찾을 것이다.  틀을 벗어나 혁신을 일으킨 개척자라는 찬사와 전통을 훼손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정복자라는 비난을 동시에 관통하며 김소라의 K-장단 바람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우리 가락을 어떻게 하면 널리 많이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결국 저는 장구를 연주하고 싶을 뿐이에요. 전통과 대중화를 떠나서 제가 가진 재주를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전통 계승과 창작의 경계는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국 크게는 한국 음악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고 작게는 결국 내가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죠.”  



여성 연희단 '노리꽃' 결성 

소라의 노력은 차곡차곡 쌓아올린 상아탑이다. 전통국악계에서 여성 타악 연주자는 드물다. 활동 범위는 풍물, 관현악정도가 고작이다. 전통음악에서 고수라고 불리는 연주 영역이 오랫동안 남성 위주였고 여성연주자들은 소리, 기악, 무용으로 역할이 굳어졌다. 그렇기에 여성 타악 연주자 김소라의 등장이 더욱 반갑다. 소라는 2008년, 여성 국악인 8명을 모아 여성 연희를 대표하는 단체 '노리꽃'을 만들었다. 노리꽃은 '놀이판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는 뜻으로 가, 무, 악, 극 일체를 지향한다. 올해로 12년을 맞았다. 그동안 무대 규모, 명성을 따지지 않고 공연을 했다. 


동시에 그룹 듀오벗(Duo Bud)도 이끌고 있다. 노리꽃이 전통 연희를 중심으로 작업한다면 듀오 벗은 장구와 가야금을 중심축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크로스오버 음악을 만들어낸다. 2015년에 결성하자마자 덜컥 전주 세계소리축제 소리 프론티어 대상을 받아버렸다. 그들의 가능성을 엿본 해외 뮤지션들이 쉬지 않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 음악 페스티벌(SXSW) 공식 공식 쇼케이스 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보컬 중심의 밴드, 선율악기 중심의 그룹 등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솔로 연주자들의 활동을 많이 찾아보기 어렵죠. 저 같은 솔리스트 연주자들도 계속해서 개인의 색깔을 내며 활동하기를 소망합니다.” 


새로운 주제 <풍경>으로 세계 투어 나서 

소라의 노력이 올해는 활짝 꽃을 피울 시기이다. <비가 올 징조>에 이어 새로운 주제 <풍경(Landscape)>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세계를 누비면서 받았던 영감을 8가지 이야기로 간추린다. 그리고 올해는 더 많은 나라를 찾아간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빼곡한 투어 계획을 설명하면서 소라는 한껏 벅찬 목소리였다. 공연이 잘 돼야 <풍경> 음반도 잘 만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너스레를 떤다. 


그의 꿈은 소박하다. 전통타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주자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 두고두고 기록되고 회자 될 수 있는 선례를 남기는 것. 그것이면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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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전통타악연주자 

▪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7-2호 정읍농악 이수자  

▪ 모던 월드뮤직 DUO BUD 메인 아티스트 

▪ 여성 연희단 노리꽃 대표   

▪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타악연희과 졸업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 

▪ 2019-2020 WOMAD UK, WOMADelaide, WOMAD NZ 공식 초청 아티스트 (KIMSORA) 

▪ 2019 SEOUL PAMS CHOICE 공식쇼케이스 아티스트 (DUO BUD)  

▪  2019 SXSW 공식 쇼케이스 아티스트 (DUOBUD)  

▪  2018 WOMEX18 세계월드뮤직엑스포 공식 쇼케이스 아티스트 (KIMSORA) 

▪  2018 MUNDIAL MONTREAL 북미 월드뮤직서밋 공식 쇼케이스 아티스트 (KIMSORA)  

▪ 2018 중강 국악상 수상 

▪ 2015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 KB 소리상 대상 수상 


대표작품 

2019 김소라 장구프로젝트 4 <호남우도정읍농악 장구가락>  

2018 현승훈x김소라 타악듀오 콘서트 <빛:BEAT>  

2017 김소라 장구프로젝트 3 <비가 올 징조> 

2014 김소라 장구프로젝트 2 <리듬커넥션> 

2010 김소라 장구프로젝트 1 <판을 뒤집다> 


음반 

2019 김소라 장구독주 앨범 <호남우도 정읍농악 장구가락> 2019 국악방송 새음원시리즈 선정 

2018 김소라 첫 솔로 정규앨범 <비가올징조> 2019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노미네이트 



*S.CASA (New York 문화.예술 스토리 매거진) 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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